러시아군, 우크라 동부 공세 집중…우크라이나 모스크바 160km 이내 공격에 러시아 '당혹'
러시아군, 우크라 동부 공세 집중…우크라이나 모스크바 160km 이내 공격에 러시아 '당혹'
러시아군 “매일 최대 100명씩 사망” / “우크라 점령지서 밀 1조3천억원어치 쓸어가” / 우크라이나 500여 곳 전기 끊겨 헤르손 전력 85% 복구 / 우크라, 이틀째 러시아 본토 드론 공격 / 러 "우크라, 러 영토 공격 위협"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핵심 전선인 바흐무트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어 바흐무트는 최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 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군 관계자는 이날 바흐무트 지역이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세르히 체레바티 동부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버티고 있다며 “상황은 매우 어렵지만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바흐무트는 점령군(러시아군)이 우리군(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포크롭스크와 슬로비얀스크, 크라마토스크 방향으로 가기 위한 목표 1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며칠 전 바흐무트에서 약간의 진전을 이룬 듯 보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체레바티 대변인은 전날 현지 방송에 “러시아군은 매일 50~100명씩 사망하고 있다. 부상자는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참전군의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조지아 언론은 자국 군을 인용해 도네츠크 바흐무트시 인근에서 10시간에 걸친 전투 중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던 자국민 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조지아 자원병 5명이 바흐무트 인근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남부 자포리자 등에서도 포격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당국은 이 지역 마을 1곳이 몇 차례 포격을 받은 뒤 주택 건물과 전선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니코폴시 인근 마을엔 10여 차례 포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주택과 차고, 전력 시설이 손상됐고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헤르손에는 주택가 등 민간 시설이 포격을 받았다.
야로슬라프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5차례 포격으로 주택과 가스관이 파손됐으며, 민간인 1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수미주에선 러시아군 포탄이 국경 마을을 강타해 전력망과 주택 7채가 훼손됐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루한스크에선 러시아군이 포격을 지속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13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현지 당국이 전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전력 기반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몇 주간의 집중 공격으로 이날 기준 500여 지역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우헨 예닌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8개 주 507곳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하르키우 지역이 112곳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 “도네츠크와 헤르손 지역에 90개 마을, 미콜라이우와 자포리자, 루한스크 지역에서도 전력이 차단됐다”고 했다. 다만 헤르손시의 전력 공급은 이날 85% 수준까지 복구해 “헤르손시 전력 공급은 85% 복구했다. 시민의 70%는 각 가정에서 수도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손시는 지난 2일 전력의 약 4분의 3 정도를 복구했으나 다시 포격을 받아 한때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것을 3일 75% 수준으로 복구했고 4일 10% 수준을 더 정상화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밀밭에서 적어도 10억 달러 어치(약 1조 3천억 원)의 밀을 쓸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식량안보·농업 프로그램인 NASA 하베스트가 밝혔다.
현지시각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NASA 하베스트는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밀밭에서 600만t 가까운 밀이 수확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가을밀이 파종된 러시아군 점령지 밀밭의 88%가 수확된 것이며, 나머지 미수확 밀밭은 대부분 전선 인근에 있는 밭들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밀 재배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밀밭의 4분의 1 정도에 달한다고 NASA 하베스트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농업 기업 하브이스트도 점령군이 지난여름에 도네츠크 지역에 파종된 가을밀을 모두 수확해 갔다고 말했다.
NASA 하베스트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수확한 밀을 리비아나 이란에 수출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출된 곡물을 확인할 길이 없어서 얼마만큼의 우크라이나 밀이 러시아에 의해 수출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세계 원자재 무역의 중심 국가인 스위스의 검찰 당국은 약탈당한 원자재 거래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치열해지고 있는 전쟁"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160km 이내까지 공격에 러시아 '당혹'…푸틴, 긴급 국가안보회의 소집 필요한 모든 조치 중
러시아가 6일(현지시간) 연이틀째 우크라이나가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으로 맞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비행장이 6일 드론 공격을 받아 연료 저장 탱크에 화재가 발생했다. 로만 스타로보이트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 "(드론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으며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배후는 특정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인 5일엔 러시아 라쟌 지역의 댜길레보 공군기지와 사라토프에 있는 엥겔스 군 비행장에 공격용 드론이 날아들어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러시아 전투기 2대가 파손됐고, 군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공습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익명의 우크라이나 고위관리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드론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됐고, 최소한 한대는 목표물에 명중하도록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원의 안내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면서도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타깃이 된 러시아군 기지들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80-730km 떨어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160km 떨어진 곳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때문에 러시아 방공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확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심장부를 타격한 것은 전쟁을 확전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새롭게 보여주며 자국이 장거리 공격 능력이 있음을 처음으로 과시했다"며 "개전 이래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를 폭격해온 러시아에 '우리도 반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며 "전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연이틀째 드론 공격으로 푸틴 대통령은 6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내부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논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영토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잇딴 공격의 방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 공격이 계속되는 건 위험하다"며 "핵심 시설의 보호를 강화하려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에서는 서부 랴잔주(州) 랴잔시(市) 인근 디아기레보 공군기지,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 2곳의 군사비행장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드론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 발의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하루 뒤인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 지역의 비행장의 유류 저장고에 드론 공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영토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을 위한 대화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결과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방식이 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재로서는 회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협상 가능 조건에 관한 질문엔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가 반드시 달성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