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화재에 공포 확산…사고로 전력 차단되면 개방도 어려워
테슬라, 전기차 화재에 공포 확산…사고로 전력 차단되면 개방도 어려워
전기차, 사고로 전력 차단되면 개방 어려워 / 잇단 전기차 화재에 소비자 불안 커져 / 소비자단체 "조속한 안전조치 필요" / 잦은 전기차 화재로 '전고체 배터리' 갈 길 멀다 / 올해 테슬라 차량 화재 2건 전기차 차주들 불안 증대
올해 초부터 미국 완성차업체 테슬라의 전기차 국내 화재 사고가 2건이나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중고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율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테슬라 모델 X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1시간 전 운행 도중 차의 이상을 감지한 차주가 수리를 맡기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했다. 그때 세워둔 차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서가 바로 출동했으나 장비 27대와 인원 65명이 투입됐음에도 완전한 진화까지 2시간 50분이나 걸렸다.
9일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모델 Y가 반대편 차량과 부딪히면서 불이 나 1시간 16분 만에 진압됐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차량에서 탈출했고, 탈출 이후 차량이 큰 화마에 휩싸였다. 출동한 소방서는 장비 17대, 인원 5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아직 '미상'이다. 원인불명이라는 뜻이다. Y 모델의 경우 충돌로 인한 배터리 손상, X 모델의 경우 전조증상으로 배터리 끓는 소리가 들렸던 점 등으로 미뤄보아 배터리 자체 결함이 있던 것으로 추측되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는 화재 발생이 쉽고, 언제 배터리가 폭발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가 덜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화재발생빈도가 훨씬 높은데, 일부가 전기차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약 6년 전인 2017년부터도 계속 있어왔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사고건수도 늘었다.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에서 2022년 44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 6년간 90건을 기록했다. 소방청 집계 전체 전기차 등록대수가 35만8338건임을 감안하면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목숨 걸고 타는 전기차 전기 끊기면 탈출도 못해"…전기차, 테슬라 차량의 연이은 화재 발생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 차종에 대해 쉽고 간편하게 열 수 있는 비상탈출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자료를 살펴보면 내연기관차는 총 등록대수가 2491만건으로 전기차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에 같은 기간(2017~2022) 화재사고 건수 역시 2만7833건으로 전기차보다 월등히 높다. 단 등록된 내연기관차의 경우 굴삭기 등 건설기계도 포함돼 있어 전기차 화재와 비교시 동일 분모로 두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연식이 비교적 5년 이내로 짧은 전기차에 비해 내연기관차는 노후된 차량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전체 등록 차량 중 연식 5년 이하 비율은 내연기관차 0.12%, 전기차 92%다.
이에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무엇이 더 화재 발생에 취약한지 문제보다, 향후 성장할 전기차 시장을 위해 어떻게 화재 발생을 줄이고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진압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물도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진압에서는 이동식 침수조를 동원, 1시간 20분 동안 22t의 물이 필요했다. 22t은 소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형 펌프차 기준 소방차 7대에 상당하는 분량으로, 내연기관차가 통상 화재 진압에 30분간 2~4t의 물이 필요한 것과 비교해 전기차 화재에 상당한 양의 물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사용을 독려하는 이유는 '친환경'에 있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차로, 탄소감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상용화 시기가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현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기에 문제점을 개선해 고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는 통상적으로 외부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 등이 지목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화재 원인보다도 배터리 폭발이다. 화재 원인은 명확하지 않아도 '리튬이온'이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특성상 배터리에 손상이 갈 경우 섭씨 8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서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로 구성된 두 극 사이에는 양 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있는 구조다. 만약 외부충격이나 과충전 등으로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이 분리막에 손상이 가해지면 두 극이 만나면서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해 큰 화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이같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충전 안전수칙 준수 ▲빠른 신고 ▲배터리 기술개발 등이 꼽힌다.
먼저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수칙에 따라 전기차 충전 시 급속충전보다 배터리에 영향을 덜 주는 완속충전으로 충전해야 한다. 또 충전기 전원이 차단돼 있을 때는 강제로 사용하면 안 되고, 충전기 커넥터와 충전 소켓 부위에 물기가 있을 경우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 해야한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 발생시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정확한 신고가 필요하다. 운전자는 전기차에서 연기 발생시 즉시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하고 꼭 '전기차 화재'라고 알려야 한다. 신고 후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주변으로 차량을 이동시키고 여의치 않으면 빠르게 차량에서 나와 대피하는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개발이다.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이 배터리 열폭주를 막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전고체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개발 중에 있으며, 이밖에도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 화재 진압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선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 대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대상으로 충돌 안전 평가를 실시했다.
시속 64km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켜 차량 내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IIHS)의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된 항목이다.
충돌시험이 끝나면 연구원들은 차량의 속도와 충돌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차체의 변형, 차량 내부의 특이사항, 누유나 화재여부,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구속장치 전개 여부, 문열림 여부 등을 체크한다. 또 가장 중요한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하단부도 살펴본다. 이같은 시험을 토대로 충돌에도 안정적인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충돌 안전 성능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고전압 배터리 모듈과 팩의 압축·충격 단품 시험, 주행 중 하부 충격 시험, 충돌 화재 예방을 위한 패키지와 설계 구조 검토 등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팩이 차량 하부에 있기 때문에 연석 충돌 등으로 인한 차량 하부 충격을 구현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물론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화재 가능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전고채 배터리는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도 누액이 발생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며, 분리막 역할까지 대신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도 하기 때문에 부품수가 적고 그 자리를 활성물질로 채워 배터리 용량도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양산 시점을 최소 5년 후로 보고 있다. 또 전고체 배터리 역시 충돌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여전히 폭발 가능성이 존재하며, 배터리 수명이 길지 않은 단점 등을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3회 무역산업포럼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기본적 내구성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실온에서 구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3사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약 1800억원을 투자했다. 고분자계는 2026년, 황화물계는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열로 인한 변형을 방지하는 난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해당 소재는 리페닐렌 옥사이드(PPO)계, 나일론 수지인 폴리아미드(PA)계,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계의 다양한 소재군을 가진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내열성이 높아 전기차 내 배터리 팩 커버에 사용할 시 일반 난연 플라스틱에 비해 긴 시간 열을 차단할 수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해당 소재는 자체 실험에서 1000도에서 400초 이상 열 폭주를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양산 체계를 구축한 후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SDI는 2500억원을 투자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아울러 앞서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센서로 측정해 배터리의 충전, 방전 상태의 잔여량을 제어하는 시스템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차세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차세대 BMS는 배터리의 힘, 수명, 내부 결함 징조를 비롯해 잔존 가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BMS의 기술력을 향상시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으로, 2021년 10월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26년 생산 개시, 2030년 양산이 목표다.
앞서 SK온은 반도체 전문 개발사인 오토실리콘과 손을 잡고 배터리 관리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배터리관리칩은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충전 및 방전,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기차에 탑재된 수백 개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 정보를 파악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 셀을 찾아내 BMS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오토실리콘과 공동 개발한 배터리관리칩은 자동차 기능안전 관련 국제인증 최고등급을 취득하며 안전성을 확보했다.
특별히 타사와 구별된 배터리 적층 기술인 'Z-폴딩' 기법과 화재가 나더라도 배터리 팩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에스팩' 기술도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화재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터리 손상을 막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및 배터리업체들이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해서 화재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