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올레나 젤렌스카 대통령 영부인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올레나 젤렌스카 대통령 영부인을 접견했다.
┃‘광폭행보’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방한 / '군사지원 여지' 尹 발언에 사의 / "'위협에도 놀라운 발전' 韓 회복·성장의 모델, 본보기이자 해답" / '특사' 우크라 영부인 "특단의 지원 필요 尹 부부 방문 기다려" / "큰 힘 될 것" 공식 초청 의사 / "방한 기간 尹대통령에 '지지 감사' 메시지 전하고 싶다" /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 윤 대통령 부부 초청 의사 밝혀 / 해를 넘겨 2년차 접어든 전쟁 우크라 영부인 한국 도착 / 젤렌스카 여사 김건희 여사와 별도 환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45) 여사가 한국에 도착했다. 지난달 젤렌스카 여사 방한 소식을 귀띔한 우크라이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젤렌스카 여사는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 관계자는 젤렌스카 여사가 17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 개막식 축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축사를 통해 분단의 한반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개회식 동영상 연설을 한 바 있다.
젤렌스카 여사는 방한 기간 윤 대통령에게 '지지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집에 침입한 범죄자'에 빗대어 "자원을 달라. 그러면 우리가 범죄자를 집 밖으로 내쫓겠다"는 비유를 써가며 군사적 지원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후 우크라이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올레나 젤렌스카 대통령 영부인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며 한국 정부의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17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 개막식에도 참석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접견 사실을 공개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전쟁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원 확보를 위해 노력한 젤렌스카 여사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무고한 인명, 특히 여성·아동의 끔찍한 피해를 불러오는 무력 사용과 비인도적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며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1억 달러(약 1300억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했거나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특사 자격으로 방한 젤렌스카 여사, ALC 개막식 참석해 연설 尹대통령 만나 “비살상무기 지원해달라” 김건희 여사와도 별도 환담…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6일 한국을 '회복과 성장의 모델'로 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우크나이나로 공식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과정에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또 “글로벌 국가인 한국이 그동안 보내온 지지와 연대에 사의를 표한다”며 “지뢰탐지 제거 장비 같은 비살상 무기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했다. “(직접적) 군사 지원을 하는데 있어 한국이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안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젤렌스카 여사는 이날 김건희 여사와도 별도로 환담을 가졌다. 이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전쟁 속에서도 어린이 교육, 전쟁 고아 돌봄, 심리 치료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중인 젤렌스카 여사의 헌신 행보를 높이 평가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면담에서 살상 무기 지원 요청이나 우크라이나 방문 초청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공식적으로 그런 의사를 전달했다면 우리 정부가 잘 판단해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 젤렌스카 여사 방한, ALC 개막식서 평화 메시지 전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에서 물러나 대량학살 등 특정한 상황을 전제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젤렌스카 여사 방문을 계기로 추가 지원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간 한국 언론과의 접촉에서 꾸준히 군사적·인도적 지원을 요청했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채널A 취재진과 만나서는 “한국이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원에 대한 대화를 기다리겠다”며 군사적 지원을 호소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복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일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이나 도시를 후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건 지원을 부탁했다.
작년 7월 한 서면 인터뷰에서는 “이번 전쟁에 중립은 없다.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겨 참상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역사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로 전 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이웃 나라 옆에 살고 있다”며 “서방은 1950년대에 한국이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이기도록 모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러시아 침략의 부당함과 폭력성, 전쟁 중단 메시지를 세계에 퍼뜨리는 ‘비폭력 전쟁’을 이끌고 있다. 남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어 러시아가 노리는 ‘2호 표적’이다. 작년에는 남편과 함께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 화보를 촬영했으며, 지난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 등의 추천으로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김건희 여사 역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은 물론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젤렌스카 여사를 만나 한국의 기여 방안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다만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두 여사 간 만남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지는 않은 걸로 알려졌다.
한편 젤렌스카 여사가 개막식 축사를 맡은 행사에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로스티슬라프 슈르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 아나스타샤 본다르 문화정보정책부 차관 등 우크라이나 고위급 사절단 20여명도 참석한다.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내한해 ALC 첫날인 17일 공식 만찬 직후 공연을 펼친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전후(戰後) 국가 재건 사업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연사로 나서는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 등은 “우크라이나 전후 복원·개발 계획 이행이 글로벌 파트너에 제공하는 혜택과 이 과정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세션’의 연사로 참여한다. 원 장관은 “한국은 6·25전쟁 직후 잿더미 위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을 세워 올린 경험이 있다”며 “이 같은 경험은 우크라이나 전후 복원에서 가장 귀중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ALC 이후 내주 폴란드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따라서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 바 있다. 이제는 무기 지원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미래 설계 등 국가 존립을 위한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에너지·도로 등 사회간접시설 ▲스마트 시티 구축 ▲선진 의료 및 교육 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젤렌스카 여사가 초청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우크라이나를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에게 한국과 그 역사는 회복과 성장의 모델"이라며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우리를 북돋아 줘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윤 대통령이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난달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며 이러한 이해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에 범인이 있다면 집주인은 당연히 이 범죄자를 몰아내기 위해 인도적 지원이나 음식, 의약품뿐만 아니라, 보다 특단의(radical) 무언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전 세계를 향해 말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는 프로토콜(외교적 의례) 조차 깨면서 모든 이들에게 '우리에게 자원(a resource)을 달라. 그러면 우리가 범죄자를 우리 집에서 내쫓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젤란스카 여사의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5개월째인 지난해 7월 첫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핵무기로 전 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나라 옆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 우리가 역사가 비슷한 한국이 도와달라"며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젤란스카 여사는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친애하는 한국 국민 여러분 모두가 이미 그 해답"이라며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당신들이 이뤄낸 놀라운 발전과 성장, 그리고 당신들의 바로 그 삶이, 이것이 올바른 경로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처한 환경에도 불구, 발전하고 있으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것이 당신들이 이기는 방식"이라며 "당신들이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려움이 사라지면 모든 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젤렌스카 여사는 "한국이 보낸 모든 도움과 지원에 대해, 한국민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한국이) 현대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전쟁'이라는 건 없다는 점을 깨달은데 대해 감사한다"며 "어딘가에서 물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민간인이 죽임을 당했다면 이는 어디서는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공격당한 이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메시지는 피해자를 탓해선 안 되고, 국내든 국제적이든 간에 침략에 대해선 변명을 찾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공격자는 항상 폭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러분의 현명함과 다른 이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