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6. 14:19ㆍ연예 [종합]
【N-포커스】 TV 시청자 수 감소·소비 침체 여파에…케이블TV '블랙아웃' 현실로
┃송출수수료 갈등 '폭발'로 케이블TV '블랙아웃' / 송출수수료 갈등 '폭발'로 실제 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첫 사례 기록 / 사업자 간 입장 차 극명, 자율협상 불가 / 데이터 공개 관건, 협의체서 봉합해야
케이블TV와 홈쇼핑 간 갈등이 채널 송출 중단 사태로 폭발했다. 송출수수료 협상을 두고 각 업계의 극명한 입장차가 지속되면서 자율협상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TV홈쇼핑업체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채널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며 끝내 '블랙아웃'이 현실화했다.
CJ온스타일은 5일 자정부로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연초부터 이어온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송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으나 해당 SO 측은 인상을 고집하며 대립해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5일 자정부터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서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달 1일 공지한 송출 중단 통보가 현실이 됐다.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갈등에 따른 방송 중단 예고는 전에도 있었지만, 실현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블랙아웃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홈쇼핑도 KT스카이라이프와 LG헬로비전에,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에 각각 송출 중단을 통보했지만 이후 협상에서 합의하며 ‘블랙아웃’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경영환경 악화로 송출수수료 갈등은 매년 심화되는 양상이다.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사업자 14곳 중 11곳이 적자를 나타냈고, 홈쇼핑도 매년 하락세인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이 높아지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매출에서 송출수수료 비중은 2022년 기준 33.5%에 달해 수수료 협상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 성격을 띠게 됐다.
케이블TV 업계는 CJ온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강하게 반발했다. |
CJ온스타일을 포함한 TV홈쇼핑 메이저 4사 가운데 송출 수수료 문제로 방송 송출 중단으로까지 치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딜라이브 등 3곳과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 CJ온스타일, 일부 케이블TV 송출 중단으로 홈쇼핑 결국 블랙아웃 메이저 4사 중 첫 사례 송출수수료, TV 시청자 수 감소·소비 침체 여파에 뜨거운 감자 매출이 급격히 빠지면서 수익성도 크게 악화했다."부당한 인상 요구에 불가피한 조처" |
홈쇼핑사는 케이블TV사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도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케이블TV업계는 지난해 SO 가입자가 전년 대비 5% 미만으로 감소했는데도 송출수수료를 60% 이상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CJ온스타일은 송출 중단한 3개사가 8VSB 가입자 비중이 높은 곳이라며 디지털 연계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케이블TV업계는 홈쇼핑사가 8VSB 가입자를 제외하는 것은 수익성을 우선시하며 기본적인 시청권 보장 원칙을 위배한다고 맞받았다. CJ온스타일이 방송을 중단한 딜라이브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8VSB 가입자 비중은 38.8%로, LG헬로비전(27.5%)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홈쇼핑업계의 수수료 인하 요구는 SO사에 집중돼 케이블TV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홈쇼핑보다 협상력 우위를 가진 이통3사 IPTV 송출수수료를 줄이기 어려워 SO를 타겟으로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향후 갈등 봉합을 위한 협상은 정부 주관 대가검증협의체로 넘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유료방송업계와 홈쇼핑업체 간 송출수수료 합의 불발 시 갈등 해결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돼있다. 다만 협의체는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협상에 불공정한 상황이 있었는지 살피는데 초점을 맞춰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송출 중단 사태가 향후 불거질 더 큰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CCS충북방송은 송출 중단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딜라이브도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CJ온스타일뿐만 아니라 다른 홈쇼핑 사업자들도 송출 중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송출 수수료 갈등 속에 대형 TV홈쇼핑사가 SO 등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막판 협상이 타결되면서 블랙아웃까지 가지는 않았다.
TV홈쇼핑 업계 전체로 보면 지난 2015년 홈앤쇼핑과 SO 남인천방송 간 송출 수수료 갈등으로 방송이 중단된 바 있다.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사의 최근 5년 평균 취급고와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해당 3개 사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며 "이에 방송법과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방송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수료 산정 시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 수는 제외됐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SO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CJ온스타일이 기존 계약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60% 이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송출 수수료 자율 조정이 무산됨에 따라 CJ온스타일과 SO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리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CJ온스타일 외에 나머지 메이저 3사도 SO와의 협상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 사인 LG유플러스[032640]와 각각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샵 역시 아직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고 있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SO·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최근 TV 시청자 수 감소와 소비 침체 등으로 TV홈쇼핑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송출 수수료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TV홈쇼핑 7개 법인 기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5조5천577억원으로 전년(5조8천721억원) 대비 5.4% 줄었다. 이 가운데 방송 매출액은 2조8천998억원에서 2조7천290억원으로 5.9% 감소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방송 비중도 2019년 56.5%, 2021년 51.4%, 지난해 49.1% 등으로 하락 추세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영업이익은 3천270억원으로 전년(5천26억원) 대비 34.9%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제한으로 호황을 맞은 2020년(7천443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준 것이다. 그럼에도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는 지속해 증가해왔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사 합산 송출 수수료는 1조9천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0%에 이른다.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해 100원을 벌면 이 중 71원이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도 TV 시청 인구 감소라는 같은 위기 요소를 공유하고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협상은 데이터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케이블TV업계는 TV홈쇼핑도 주로 인터넷·모바일 결제 유도가 이뤄지면서 이를 수수료에 반영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홈쇼핑사도 유료방송 가입자 수에 중복이 많다는 식으로 맞서며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갈등으로 발생한 송출 중단에 따른 피해는 가입자들이 보고 있다”며 “우선 정부 주관 협의체를 통해 정상화하는 데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자 간 자율협상만으로는 해결책을 강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며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시청권 측면 등을 두루 고려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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