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중간 발표 "文정부 집값 조작…검찰에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 수사 요청

2023. 9. 15. 22:47중앙 [정부]

감사원, 중간 발표 "정부 집값 조작검찰에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 수사 요청

 

감사원, "확실한 것만 94"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 / 감사 중간 발표장하성 청, 정책실장 경제·일자리수석·국토장관·통계청장등 4/ "집값 주간 통계, 3일 조사해 '주중치' 보고 지시 높으면 조작 압박" / "소득통계 마찰, , 압박에 통계청장 '패싱'하고 내용 보도자료 추가" 사흘 뒤 통계청장 경질

 

감사원이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수년간 집값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자 국토교통부 내부엔 '올 것이 왔다'는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국토부는 이날 전체 수사요청 대상 중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은 김현미 전 장관과 청와대 파견자 2명을 포함한 5명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감사원 발표에 앞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국·실장급 고위 공무원들을 인사 조처했다. '주택 라인' 핵심으로 꼽히며 현 정부에서도 주요 정책을 담당했던 이들이다.

 

감사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주요 국가 통계 작성 실태를 그동안 조사해 왔다. 이날 이전 정부에서 수년간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감사원은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전임 정부 정책실장 4(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들어갔다.

 

또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해 모두 29명이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감사원에서 한 중간 감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조사 과정에 입력한 표본값을 사전 보고 뒤에 다시 건드리는 것은 분명한 통계법 위반"이라며 "자료와 증거를 통해 입증된 가장 객관적인 개입 사례만 94"라고 부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화요일)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금요일)'속보치'(월요일)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속보치와 확정치가 주중치보다 높게 보고되면 사유를 보고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주중치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하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 "정부 집값 조작, 증거 확실한 것만 94"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분배지표 악화에도 '소득주도성장 성과' 반대로 홍보" 소득 분배지표인 '소득5분위 배율' 계산에서도 이 같은 조작이 일어났다국토부, 감사 결과에 '침통' 감사원 수사요청 대상에 김현미 전 장관 등 국토부 5명 포함 국토부, 공식 입장 내진 않아 내부적으로 '침통' 이러다 보니 내부 동요가 만만치 않다. 국토부 실무자들 "시장 동향 파악 위한 업무였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1년 가까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감사원, 주택·소득·고용 등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관련 발표 국토부, 부동산 통계 제도 개선 검토 '통계 방화벽' 논의도 국토부는 부동산 통계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중이다.

 

20188'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표 이후 서울 매매가 변동률 주중치가 0.67%로 보고되자 청와대가 낮추라고 지시했고, 한국부동산원이 이에 확정치를 0.22%포인트(p) 내린 0.45%로 조작해 공표하는 등 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유출·조작이 후임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계속됐다고 봤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원장 사퇴까지 종용하면서 압박을 이어가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2월부터 20206월까지 70주간은 아예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 등에서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일부 표본 가격을 시세에 맞춰 수정했는데, 앞서 눌러놓은 집값 때문에 상승률이 급등하자 다시 예전 집값을 오히려 높게 다시 입력하는 악순환도 일어났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201911월에는 경찰청에 '한국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이 있다'는 정보보고가 들어왔는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를 인지하고도 은폐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에서 소득, 고용 관련 통계에도 청와대가 개입한 왜곡·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관련 지표에 대한 청와대 관심이 큰 상황에서 20172분기에 가계소득이 감소로 전환하자 통계청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취업자가중값'을 임의로 주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당시 표본 설계 담당 부서가 '가중값이 불안정하다'는 사유로 반대했는데도 통계 작성 부서가 '관여하지 말라'며 임의로 진행했다""정당한 '통계 보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201714분기 소득5분위 배율은 계속 악화했는데도 개선된 것처럼 공표했다""청와대 등은 오히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고 밝혔다.

 

20182분기 소득5분위 배율 관련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서 통계청과 청와대 사이 마찰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계속해서 소득분배 악화를 '표본 문제'로 설명하라고 지시했지만, 통계청은 '표본 구성 변화는 있지만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의 계속되는 압박에 통계청 직원들은 표본의 한계를 길게 설명한 내용을 보도자료에 추가했고, 이 같은 사실은 황 전 청장에게 보고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수정된 보도자료는 823일에 발표됐으며 사흘 뒤 황 전 청장은 경질됐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때 비정규직이 전년 동기 대비 87만명 급증한 것으로 추산되자 통계청이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50만명'이라고 거짓 설명하도록 지시하고 보도자료 작성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병행조사란 '고용 계약기간'에 대한 질문에 '고용 예상기간'을 한 번 더 물어보는 문항을 추가한 것을 말하며, 통계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한 국토부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가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나서서 일하려 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와 함께 감사 대상이던 한국부동산원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고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국토부 실무자들은 통계 조작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통상적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감사원 조사 때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소위 '튀는 통계'를 보정하는 작업 등을 진행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동산시장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관행적으로 여러 자료와 설명을 부동산원에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통계치가 낮아지는 일이 생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으로 이어지는 지시 체계 아래 청와대가 1만큼을 요구하면 국토부가 5를 수행하고, 부동산원은 10을 결과로 내는 구조가 통계 조작 의혹을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국토부와 부동산 통계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실무자들을 상대로 통계 작성 과정을 조사하고, 올해 2월께부터는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조사를 새로 시작하다시피 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검찰의 특수부와 같은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지난 78월에는 국토부 책임자급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불러 대면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퇴직자를 포함해 국토부 공무원 20여명을 소환 조사하고, 부동산원에서는 100여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실무자 징계 여부, 제도 개선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최종 감사보고서를 최대한 이른 시일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 발표를 계기로 지난 공직사회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공무원에 대한 송사질, 선량한 사람들에 대한 모해행위 등이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이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화벽을 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원이 국토부에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작성을 위탁받은 것은 2013년이다. 그전까지는 국내에서 첫 주택통계 작성을 시작한 KB국민은행 통계를 국가 승인통계로 활용했다.

 

부동산원은 주간·월간 조사로 통계를 작성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6월부터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주 3(주중치·속보치·확정치)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인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받아본 것, 관계 기관에 급격한 통계 수치 변동의 설명을 요청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면서 감사 결과를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