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양문석 논란 외면 두고 쪼개지는 민주당… 친노·친문 vs 친명 정면 충돌

2024. 3. 18. 07:22정치 [국회]

이재명, 양문석 논란 외면 두고 쪼개지는 민주당 친노·친문 vs 친명 정면 충돌

 

 

'노무현 비하' 논란 양문석 "손흥민 축구처럼 제 정치도 진화" / 친노 김부겸·정세균에 친문 윤건영·임종석 / "좌고우면 시간 없어 당 지도부 결단 촉구" / 찐명이 뭐길래 이재명, 양문석 논란에 외면 / 고민정 "노무현 지키겠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 )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을 놓고 불협화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계와 이에 반대하는 친명(친이재명)계가 맞서는 가운데 선거대책위 '3'인 이재명·이해찬·김부겸 공동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유해 막말 논란을 빚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자신의 정치를 손흥민 선수의 축구에 비유했다.

 

양 후보는 오늘(17)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불거진 막말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양 후보는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이제 8년 됐다""지난 8년 동안 손흥민 축구가 계속해서 진화했던 것처럼 양문석의 정치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기대를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이게 진심"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 후보는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인터넷 매체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양 후보는 이날 "한미 FTA가 지금 우리 사회에 있어서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이라크 파병은 한·, ·, ·, ·중 관계의 모든 방정식을 풀어냈던 아픈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 시절에는 제가 그 정도의 깊이 있는 고민들이 안 돼 있던 시절이었고, 표피적인 비판을 해왔던 시절이었다""실제 정치를 하고 나서부터는 정책 하나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 후보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손흥민의 축구가 진보하듯이 양문석의 정치도 진보하고 있다는 고민으로 이해해 달라"고 재차 손 선수를 언급했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없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달리,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에 나서는 등 민주당 수뇌부에역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김부겸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 참석에 앞서 양 후보를 만났다. 양 후보가 먼저 김 위원장에게 "저한테 워낙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김 위원장은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양문석 ', 비하' 논란에 '·명 충돌' 재발 기로 '3'도 이견 김부겸 "수습할 수 있는 건 양,본인뿐" 이재명 "공천은 최고위가" 이해찬 "그대로 가야" , "내일 봉하마을 방문 사퇴 여부는 당원 뜻이고 전 당원 투표도 감수" / 민주당, ‘막말정봉주 공천 배제했지만 양문석·이언주·김우영·김준혁도 논란 김부겸·정세균 당이 결단해야고민정 "노무현 지키겠다"'며 불량품' 두둔 이재명과 대립각

 

김 위원장은 "스스로, 여기서 새로운 게 뭔가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로 서울 종로에 출마한 곽상언 민주당 후보도 "깊이 유감으로 자신의 정치적 인식이 저열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긴급호소문'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 심판에만 집중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도 힘을 보탰다. 윤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늘 이 상황에 '허허' 웃으며 '냅둬라' 했을 것 같다""대통령님은 그런 분이지만 저는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님을 '매국노'라 부른 사람이 민주당 후보라고 한다""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드려야 하나"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속이 협량한 탓인지 몰라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당 지도부에 바란다.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친명(친이재명)을 넘은 '찐명'(진짜 이재명계)으로 분류된는 양 후보의 공천을 둘러싸고 친문·친노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거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매국노', '불량품' 등에 빗대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자 친노계의 분노를 샀고, 양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었던 상대가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이었던 만큼, 두 사안이 맞물려 당 내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자유'라며 양 후보의 논란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양 후보를 엄호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며 주도권 탈환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대회 후 기자들에게 "내가 재검증을 요청했으니까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누군가 당신을 조롱할 때 왜 쳐다만 보고 있었을까, 언론과 정치인들이 당신을 멀리할 때 왜 손잡지 못했을까 가슴을 쳤다""15년 전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썼다.

 

앞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노 적자'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도 양 후보자 공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후보자 대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410일은 우리 국민들께서 지난 2년간의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 심판하는 날"이라며 "모든 기준, 모든 판단은 거기에 맞춰서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거 지휘는 선대위가 하고 공천은 최고위가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양 후보를 두둔한 바 있다.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후보자 대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양 후보자에 대해 "그대로 가야 한다"며 말했다.

 

후보들의 막말 이력이 4·10 총선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비무장지대(DMA)에서 발목지뢰 밟으면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발언한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을)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나머지 막말 이력이 있는 후보의 공천 취소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당내 수도권 의원들이 막말 이력자 추가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친명 자객 출마 논란에 휩싸인 후보들 일부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친명계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는 2007~2008년 기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라고 일컬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양 후보는 지난해 6수박(비이재명계 의원에 대한 멸칭)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가 같은 해 11월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4월 경남 통영·고성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비명계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 출사표를 내 후보로 확정됐다.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고민정도 강병원도 윤영찬도 내 상대가 아니다. 나의 상대는 우리 안의 비겁함이라며 전차를 몰고 저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엔 SNS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을 두고 정의를 쌈 싸서 개에게 쳐멕여(처먹여) 주는 찌질당이라고 했다가 정의당원들에 분명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사과했다. 김 후보는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으로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은평을 경선에 참여해 승리했다.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밤마다 여자애들 끼고 시바스리갈 처먹고” “하다 하다 더 데려갈 연예인도 없어 여고생들까지 불러가지고” “박정희와 최태민, 두 사람이 뽕 같은 거 맞아가지고 여자들 데리고 파티를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공천 확정 직후인 지난 7<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본인 공천은 하늘의 계시라고 주장했다가 유권자들에게 사과했다.

 

역사학자인 김 후보는 2021년 이 대표의 리더십을 정조에게 빗댄 저서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를 출간했다. 그는 저서에서 이 대표에 대해 “(정조의) 억강부약.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말이 다시 이 세상에 당당하게 등장했으니,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환희로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김 후보는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책임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광온 의원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이언주 경기 용인정 후보는 과거 노동자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후보는 2017년 한 언론과 통화에서 학교 비정규직 급식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하자 미친놈들” “밥하는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이던 같은 해 7월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월급이 떼여도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다. 그는 바른미래당 의원 시절이던 20187월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갑질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조국 사태가 불거졌던 2019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한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양문석 후보에 대해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양 후보와 김우영 후보의 실명을 거론한 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 당 지도부에 복귀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7"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선거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은 불량품' 발언 논란과 이를 감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살아 생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그럼에도 서거 소식을 듣고 광화문 분향소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가슴 속으로 수없이 부르짖었다""누군가 당신을 조롱할 때 왜 쳐다만 보고 있었을까, 언론과 정치인들이 당신을 멀리할 때 왜 손잡지 못했을까 가슴을 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만큼은 후회할 일을 하고 싶진 않다""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 대통령님의 손을 두 번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의 이러한 글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을 경선에 꺾은 양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는 지난 2008'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다. 이 대표는 17일 경기 화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고 말씀하셨다국민을 폄하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을 져야 할 막말이라고 말했다. 정봉주 후보는 국민, 소수자를 비하했기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시켰지만 양 후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이 대표가 소수자 비하 논란에 휩싸인 이언주 후보를 직접 영입한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민주당에 입당해 현역 이탄희 의원이 불출마한 지역인 경기 용인정에서 공천됐을 뿐 아니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중용됐다.

 

양 후보자는 대회 후 기자들에게 "내일 봉하마을을 찾아갈 것"이라며 "사퇴 여부 또한 당원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당원들의 뜻이고 정말 필요하면 전 당원 투표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