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폭동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한국인 2명 헬기로 철수

2024. 4. 4. 09:02국제 [종합]

갱단 폭동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한국인 2명 헬기로 철수

 

아이티에서 체류하던 한국인 2명도 헬기를 통해 인접국으로 철수 / 공화국으로 독립했지만 적반하장배상금에 발목 잡혀 / 대지진으로 시스템 붕괴 / 권력 밀착 갱단 200여개 활개 / 미국 등서 무기류 유입 지속 / 국제사회 묵인·방조 의혹 / 6년 만에 아이티 국제 보안 병력재투입 / 유엔 안보리, 케냐 경찰 1000명 투입 등 국제사회 개입 승인 / 무정부상태·경제 붕괴로 갱단 장악 올해 최소 2500명 사망 / 과거 평화유지군 성범죄·전염병 전파 / 미군, 대사관 직원도 이미 철수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아이티에서 즉시 철수하기를 희망하는 한국인 2명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지역에서 헬기를 통해 인접국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의 협조가 있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외교부는 "현재 아이티에 체류 중인 다른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구체 과정 및 경로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아이티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안전 조치를 계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란이 거듭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와 빈곤 속에 행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아이티에 포르토프랭스와 북부 카라콜 지역 등에는 현재 한국인 약 70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갱단 폭력으로 몸살을 앓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현지 주재 서방국 대사관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현지 시각 10일 군용 헬기를 급파해 현지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켰다.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재 대사관의 보안을 강화하고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을 철수시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를 위해 군용기를 대사관 영내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 안팎으로 직원을 이동시키는 일은 우리의 표준적 관행에 따랐다군용기에 아이티인은 탑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폭력 사태가 악화함에 따라 아이티 정부 고위 관료들이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다는 현지 대중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언급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아이티 주재 대사관이 인원이 줄어든 상태로 제한된 업무를 하면서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현지에 주재하던 유럽연합 대표단과 독일 대사 등도 이미 아이티를 떠났다. 아이티 주재 EU 대표단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시적으로 현지 사무소를 임시 폐쇄하고 최소 인원만 남겨뒀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 독일 외무부는 자국의 주아이티 대사가 EU 대표단과 함께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며 당분간 그곳에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주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2021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권력을 잡은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이달 3일 갱단이 앙리 총리가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천여 명을 탈옥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됐고, 이에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엔이 갱단 폭력으로 치안 공백 상태에 놓인 아이티에 케냐 주도의 다국적 경찰을 투입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성폭력·전염병 전파 논란 끝에 아이티에서 철수한 지 6년여 만에 국제 보안유지 병력이 다시 투입되는 것이다. 사실상 실패로 끝났던 국제사회의 개입이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아이티 갱단 소탕 및 치안 유지 등 다국적 보안 임무를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다국적 경찰은 공항,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아이티 경찰과 함께 표적 작전을 수행한다. 올해 안에 아이티로 파견돼 1년간 임무를 수행하며, 주둔 시작 9개월 후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케냐가 경찰 1000명을 파견할 예정이며, 바하마도 경찰 15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자메이카, 앤티가바부다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고, 미국은 1억달러(1348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는 수년째 갱단 폭력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세계 최빈국이다. 2010년 발생한 대지진과 콜레라로 몸살을 앓아온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공권력마저 붕괴했다.

 

입법부 역시 국회의원 임기 종료로 공백 상태다. 무너진 권력의 빈자리를 갱단이 파고들면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갱단 폭력으로 최소 2439명이 사망하고 902명이 다쳤다. 950여명은 납치됐다. 경제는 붕괴돼 인구 절반인 490만명이 기아 위기에 놓였다.

다국적 경찰 투입 결의안은 안보리에서 15개 이사회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아이티에 경찰력 투입을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병력 투입 대신 갱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강화를 주장해왔다. 아이티 정부에 따르면 200여개의 갱단이 소지한 총기 대부분이 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보리는 이날 중국 측 요구에 따라 특정 개인에만 적용돼온 무기 수출 금지 조치 대상을 아이티 내 전 갱단으로 확대했다.

 

진 빅터 제네우스 아이티 외교장관은 이날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아이티 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유엔 결의안이 갱단에 고통받아온 아이티 국민들에게 절실한 도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아이티에서 외국 병력 투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디언은 유엔과 다국적 경찰은 현지인을 학대한 전력이 있는 외부세력에 대한 아이티인들의 심각한 불신과 의구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대지진 피해 복구 등을 이유로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콜레라균에 감염된 하수를 강에 버리면서 전염병이 창궐해 9500명이 사망하고 8만여명이 감염됐다. 콜레라 사태 6년여 만인 2016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고 아이티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여기에 100명 이상의 평화유지군이 아이티 어린이와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인권단체 조사 결과가 공개되며 공분을 사자 평화유지군은 2017년 철수했다. 국제구호단체 프로젝트 호프의 제드 멜린은 이번 개입이 성공하려면 다국적 경찰의 역할은 아이티인들이 자국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다국적 경찰을 주도하는 케냐 경찰의 인권 의식을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케냐 경찰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등 가혹하게 탄압한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케냐 공권력의 폭력을 추적해온 인권단체 미싱 보이스에 따르면 2007년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후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한 이는 최소 1357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