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에 비정상적 운전 가능성 제기…"브레이크 딱딱했다"며 '급발진' 주장

2024. 7. 8. 03:33사건 [사고]

빠른 속도에 비정상적 운전 가능성 제기"브레이크 딱딱했다"'급발진' 주장

 

경찰, EDR 분석결과 가속페달 가능성 / 빠른 속도에 비정상적 운전 가능성도 / 가해자 측,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 주장 / "브레이크 딱딱했다" '시청역 사고' 논란 / 주말 병원 찾았다가 발길 돌린 경찰 / 내주 초 2차 피의자 조사 추진 '스모킹 건'으로 '미스터리' 풀까

 

'시청역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의 속내는 복잡하다. 먼저 '16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인 만큼 경찰 내부에선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느 사건이었다면 경찰은 사고 발생 2~3일 이내에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 직후 핵심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번에 그러지 못했다. 경찰이 공언대로 '신속 수사'를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경찰은 사고 사흘 만에 입원 중이던 당시 차량 운전자인 차 모(68)씨에게 정식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차 씨는 사고로 인해 갈비뼈가 골절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차 씨는 조사 중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브레이크가 딱딱했다며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차 씨는 사고 직후 지인과 언론과의 통화에서 차량 급발진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차 씨의 동승자인 아내도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고 당시 급발진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경찰은 차 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약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 EDR  분석결과 가속페달   가능성
경찰 , EDR  분석결과 가속페달   가능성
경찰 , EDR  분석결과 가속페달   가능성

경찰 빠른 속도에 비정상적 운전 가능성도 "시청역 참사 구속영장 불가피" 경찰의 복잡한 속내 왜? 경찰 수사에 쏠리는 시선에 "신속 수사" "구속영장 검토" EDR·블랙박스·CCTV 국과수 분석 나와야 사건 실체 윤곽 // 차 씨는 사고 직후 언론과의 통화에서 차량 급발진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급발진 주장을 부정하는 정황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운전자가 사고 직전 가속 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차량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면서 멈춰서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브레이크등이 꺼져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급발진 주장을 부정하는 정황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운전자가 사고 직전 가속 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차량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면서 멈춰서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브레이크등이 꺼져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스키드 마크가 발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브레이크가 잘 작동했다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신 차량은 ABS(Anti-lock Braking System)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브레이크가 잘 작동한다면 스키드 마크가 남지 않는다"면서 "현재까지 EDR 데이터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데이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운전자 입장에 무게를 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류종익 한국교통사고조사학회 사무총장은 "역주행 시작 시점에서 차 속도가 얼마였는지가 중요한 지점인데 현장을 보면 보도 침범 직전 시속 105수준으로 140m를 내달린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 속도가 나오려면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수준으로 (액셀을) 밟고 있어야 하는데 40년 경력의 운전자가 그런 선택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도를 벗어난 뒤에는 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행자 충돌이라는 1초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어 페달을 바꿔 밟은 것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가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EDR과 블랙박스, 사고 차량이 들이받은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는데, 국과수의 분석결과는 한두달이 걸린다. 속도를 낸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경찰 내부에선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느 사건이었다면 경찰은 사고 발생 2~3일 이내에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 직후 핵심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번에 그러지 못했다. 경찰이 공언대로 '신속 수사'를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경찰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 스모킹 건(결정적 수사 단서)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피해 차량인 BMW·쏘나타의 블랙박스,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다. 경찰은 이 자료들의 정밀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통상 한두 달이 걸린다. 경찰은 "최대한 빨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주 내 국과수의 결과가 나올지 장담하지 못한다. 경찰은 일단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당시 운전자이자 피의자인 차 모 씨(68)의 부상도 예상보다 심각해 경찰의 피의자 신문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차 씨는 사고 영향으로 갈비뼈 골절에 따른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 늑막강 안에 차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은 앞서 4일 오후 차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두 시간가량 조사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만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4일 첫 피의자 신문에서 차 씨는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 같은 진술을 되풀이했다. 경찰은 주말인 6일 오후에도 차 씨를 조사하고자 병원을 찾았으나 건강상 문제로 조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차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31항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피의자 진술을 전제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는 피의자의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이지만 법원은 실질적으로 범죄의 중대성도 고려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토 중이고 내부적으로 영장 신청에 방점이 찍히고 있지만 국과수 분석 결과와 차 씨 진술 가운데 구속영장을 신청할 만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영장 시기를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차 씨는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처남의 칠순 잔치에 참석한 후 차를 몰아 호텔에서 빠져나왔고, 이날 오후 927분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16(9명 사망·7명 부상)의 사상자를 냈다.

 

이번 사고는 '미스터리'라 여겨질 만큼 의문점이 적지 않다. 40년 경력의 운전기사인 차 씨가 역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과정이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고 당시 차량 동승자인 아내와 다툰 차 씨가 홧김에 교통사고를 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사고 직전 차 씨 부부가 머물렀던 호텔의 cctv 영상, 부부가 사고 전후로 나눴던 대화가 저장된 블랙박스 기록 등을 보면 '부부 싸움을 했다'는 정황이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4차선 일방통행(서울 중구 세종대로18)의 구조상 역주행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서울 시내에 이 같은 구조의 도로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로 입구에 '진입 금지(일방통행)'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사건이 있던 저녁 시간대에는 운전자 시야에 안 보였을 확률이 높다""신호등도 있지만,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나서는 운전자 기준 90도로 꺾인 사각지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차 씨의 차량은 호텔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하지 않고 '직진'해 일방통행길로 진입했다. 이후 '역주행'해 인도를 덮쳤다. 호텔에서 나온 직후 차 씨의 차량은 100에 가까운 속도로 달렸다고 한다.

 

우회진 길이 각도가 100도에 가까운 '급우회전' 코스라 빠른 속도로 호텔에서 나왔다면 우회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 씨의 차량이 좌회천 차량을 맞닥뜨려 피하려다 역주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런 가설들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아 아직 '추측'에 가깝다.

 

일방통행으로 들어선 차 씨가 당황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이 역시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정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관건은 '급발진 여부'이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급발진 여부도 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정밀 감식을 의뢰한 EDR과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어 급발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단서다. 특히 EDR에는 사고 전·5초 동안 차량속도, 엔진회전수, 가속 페달을 밟은 정도, 브레이크 작동여부 등이 기록된다.

 

제조사마다 EDR 규격이 다르고 누락 정보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다. 운전자 측에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을 주장하면서 EDR 기록을 믿을 수 없다며 항변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EDR 기록을 분석하려면 블랙박스와 CCTV 등을 활용한 교차검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EDR이나 블랙박스 기록, CCTV 영상의 분석이 마무리돼야 사건 실체에 근접하겠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최대한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6일 서울대병원에 방문해 차 씨의 건강 상태를 파악했고, 추가 면담을 추진 중이다. 이어 내주 초에는 두 번째 정식 피의자 조사도 진행 예정이다.

 

차 씨는 지난 1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을 나가던 중 일반통행 도로를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 9, 부상자 6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