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05:57ㆍ국제 [종합]
해리스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이 트럼프 조종"…3대 1 토론회였다” 불만 표출
┃트럼프 “진행자 편파 진행 3대 1 토론” 불만 표출 / 트럼프 "북, 날 두려워해" 트럼프 발언에 사회자 ‘팩트체크’하며 즉각 반박 / “4년 전 바이든과 토론 이후 이렇게 화내는 모습 없었다” / “검사 출신 해리스, 정곡 찔러 / 거짓주장 펴다 헤맨 트럼프” / “3대 1의 토론이었다는 점에서 내 인생 최고의 토론회였다고 생각한다!”
11일 오전 10시(한국 시각)부터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진행된 미국 ABC 방송 주관 대선 TV토론이 생중계됐다. 이날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처음으로 맞붙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후보 간 생방송 토론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10일 열렸다. ABC가 주관한 이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60) 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약점을 파고들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親)민주당 성향인 CNN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미끼’로) 낚았다”고 했고, 트럼프를 지지해 온 폭스뉴스 정치 분석가 부릿 흄도 “트럼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늘만큼은 해리스의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토론 종료 후 CNN 여론조사에선 63%가 ‘해리스가 이겼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이겼다’는 응답은 37%였다. 45%는 해리스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해 호감도가 토론 전(39%)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동층 유권자 중 해리스의 호감도가 30%에서 48%로 크게 올라갔다. 반대로 트럼프는 호감도가 토론 전 41%에서 39%로 다소 내려갔다.
이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판세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TV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가운데 트럼프 후보는 사회자가 자신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팩트체크’하자 격분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선후보 TV토론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밀월관계' 비판】 “미 대선 토론은 다르네” 트럼프, 사회자 팩트체크에 ‘격분’ 대역과 특훈한 해리스·2시간 전 날아온 트럼프 첫 TV토론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전 10시부터 필라델피아서 ABC 방송 주관으로 90분간 해리스·트럼프, 첫 TV토론 // “검사 출신 해리스, 정곡 찔러 거짓주장 펴다 헤맨 트럼프 경제·외교·낙태·이민 전방위 격돌 해리스 "와튼 스쿨도 경제공약 비판" vs 트럼프 "마르크스주의자" "세계 정상들, 트럼프 비웃어" 이에 트럼프 "북중러, 나를 두려워했다" 해리스, 자기결정권 강조 트럼프 "이민자들, 개·고양이 먹어치워" |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보 TV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밀월관계'를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밤 토론회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미 방송사 ABC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 두 명의 앵커가 진행을 맡았는데 두 명 모두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흐름을 이끌어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TV토론에서 "그(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를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밀한 관계를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자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는 후보들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후보가 낙태권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해리스가 출생 후 사형 집행을 지지한다”고 주장하자 데이비스는 “미국에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주가 없다”고 반박했다.
뮤어도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그들(오하이오의 아이티 이민자)은 스프링필드에서 개를 잡아먹고 있다”며 “고양이도 먹고 있으며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하자 즉각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학대받았다고 믿을 만한 보고는 없다”고 팩트체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을 중산층을 위한 "유일한 후보"로 내세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검토한 결과라며 "와튼 스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이 사실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그는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며 "재임 시절 그는 미국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 중국이 군사력을 개선하고 현대화하도록 도왔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팔아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코로나19 기간 그가 한 일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트윗을 봐라. "땡큐, 시 주석!"이라고 적혀있다. 우리는 시 주석이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고 부족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이 구매한 반도체는 대만산"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가진 철학과 정책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반도체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 "그녀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그녀의 부친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며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맞받아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을 전 미국인의 물가 부담을 키우는 "트럼프 부가세"라고 비판했는데,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은 중국과 수년간 우리에게서 훔쳐 간 모든 나라들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가가 치솟았지만 "나는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서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시키려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안보를 동시에 보장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는 이스라엘을 혐오한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는 독재자들을 존경하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어한다"면서 '러브레터'라고 칭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들을 주고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독재자들과 전제군주들은 당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아부와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이기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하면서 "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재차 질문하자 그는 "이 전쟁이 끝나고 그냥 끝나게 하는 게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며 "(종전) 협정을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의 수도)에 앉아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를 "점심으로 먹어 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에 대해 "지난 52년간 우리나라를 분열시킨 문제"라면서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 권리로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덕분에 모두가 원했던 대로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낙태권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면서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정부가 해서는 안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경선 때 밝힌 입장과 달리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의 일종인 수압 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면서 "해외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원천의 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에너지 산업이 프래킹에 의존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그녀가 선거에 이기면 펜실베이니아의 프래킹은 (취임) 첫날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가 추진했던 국경 강화 법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해 부결시킨 것을 언급하고서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에서 달아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명의 불법 입국을 허용했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성공할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까지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고 2021년 1월 6일 연방의사당에서 폭동을 벌인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당시 지지자들에게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시위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내가 1월 6일 의사당에 있었다"면서 "그날 미국 대통령(트럼프)이 폭력적인 군중에 우리나라의 수도를 공격하고 훼손하도록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 평론가들의 예상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게 하려고 할 의도로 그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공격으로 '도발'을 이어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는 듯하다가도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언성을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할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 미국 부통령으로서 세계를 돌았는데 (내가 만난) 세계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웃고 있다. 난 군사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 일부는 당신과 일했는데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 북한, 러시아가 트럼프를 두려워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참모총장,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이 나쁜 일을 하거나 직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난 그런 사람 대부분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결코 누구도 해고하지 않는다"면서 "물가를 봐라. 그런데도 그들은 경제학자(경제정책 담당자)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방해, 국방 기밀 유출, 경제 범죄, 성폭력으로 기소됐다면서 "법치주의와 사법 집행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모든 수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법무부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머리에 총알을 맞은 이유는 아마 그들이 나에 대해 말한 내용 때문일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을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한 탓에 암살 시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수저로 태어난 점을 겨냥해 "모두가 은쟁반에 4억달러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일부, 아주 작은 일부만 받았고 난 그것을 수십억달러 사업으로 키웠다"고 반박했다.
이번 토론은 거짓 주장을 반복하고 쉽게 흥분한다는 트럼프의 약점을 해리스가 잘 공격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토론 종료 후 CNN 여론조사에선 63%가 ‘해리스가 이겼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이겼다’는 응답은 37%였다. 45%는 해리스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해 호감도가 토론 전(39%)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동층 유권자 중 해리스의 호감도가 30%에서 48%로 크게 올라갔다. 반대로 트럼프는 호감도가 토론 전 41%에서 39%로 내려갔다.
토론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 사퇴로 계획에 없이 후보가 된 해리스가 생방송 토론 경험이 많은 트럼프의 맹공에 밀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예상을 깨고 해리스가 더 적극적으로 ‘창(槍)’을 휘둘렀다.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낙태권 제한, 2020년 대선 패배 부정, 유언비어에 기반을 둔 이주자 비방 등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을 키울 수 있는 소재를 잇달아 이끌어냈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낙태권 보장 지지자들은)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도 살해한다” “이주자들은 기르던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 같은 사실무근의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
해리스도 셰일 가스 시추 허용에 대한 입장 뒤집기 등 몇몇 질문에 얼버무리며 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낙태권 등 자신의 강점이 확실한 이슈를 효과적으로 트럼프 공격에 활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는 이에 성난 표정과 고성(高聲)을 드러내며 평정심을 잃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가 맹렬한 수사로 트럼프의 방어를 유도해 가며 날카롭게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미 대선은 지지율이 거의 비슷한 해리스·트럼프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90분간 생중계된 토론은 이번 선거 승패를 좌우할 부동·중도층의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트럼프에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리스는 이날 검사 출신답게, 이미 유죄 평결이 난 성인물 배우 성 추문 사건 등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도 조목조목 상기시켰다. 토론 직전까지 트럼프 참모들은 ‘해리스의 공격에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며 트럼프에게 조언했지만 결국 그는 평정심을 잃었다.
트럼프는 고금리·고물가 상황, 불법 이민 급증 등 바이든 정부의 실정(失政)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는데 해리스를 압도하진 못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토론 내내 트럼프를 ‘증인석’에 세워 검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며 “(흥분한) 트럼프가 계속해서 공격 포인트를 잃고 헤맸다”고 했다.
해리스 캠프는 토론 직후 “10월에 다시 한번 토론하자”고 트럼프 측에 제안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차 토론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해 ‘결투’가 다시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날 대선 후보 토론은 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가장 결정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렸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맸고, 해리스는 검은색 정장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8년 전인 2016년 트럼프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선택한 강렬한 빨간 정장과 대조되는 패션으로, 대선 후보로서의 무게감과 트럼프와 대조되는 안정감을 강조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왔다.
해리스는 이날 그간 준비해 온 ‘펀치 라인(정곡을 찌르는 발언)’을 쏟아내 트럼프의 화를 돋웠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한) 8100만명으로부터 ‘해고’당했는데도 아직 이해를 못 한다” “전 세계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걸 비웃는다”고 하자 트럼프는 소리를 높이며 “(내가 패배한) 지난 대선 결과를 아무 법원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3차 대전이 일어난다”고 무리한 표현을 동원해 반격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가 ‘세계 지도자들이 당신을 수치로 여긴다’ ‘결국 재산은 다 아버지가 쌓은 것 아니냐’같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면 트럼프가 참지 못하고 자해에 가까운 대응을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트럼프의 흥분한 답변에 눈썹을 추켜올리고 웃거나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해리스는 트럼프의 최대 약점인 에고(ego·자기애)를 공격해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언론 평가는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해리스의 판정승으로 기울었다. CNN은 “해리스의 전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해리스 관계자들은) 마치 그녀가 ‘버튼’을 누르면 토론이 계획대로 움직이는 듯 느꼈다”고 했다. 영국 BBC는 “대부분의 경우 트럼프는 자신의 특기인 ‘수사적 펀치’를 날리지 못했다. 며칠 동안 이를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번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해 민주당 후보가 된 이후 첫 대결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들의 계속된 팩트체크에 트럼프 후보는 언성이 높아지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후보의 ‘격분’을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지난 2020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이후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가 짜증 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인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바이든 대통령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그는 "내가 작은 비밀을 알려주겠다. 그는(바이든) 그녀(해리스)를 싫어한다. 그녀를 견딜 수 없어 한다"고 자극했다.
또 "그녀는 '난 이 신사를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바이든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그녀는 바이든이다. 그녀는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이 나쁘게 만든 끔찍한 경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현 행정부 실정에 대한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당신은 조 바이든이 아니라 나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또 "분명히 난 조 바이든이 아니고 확실히 도널드 트럼프는 아니다"라며 "내가 제안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위한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나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사회자가 트럼프에 대해 ‘팩트 체크’만 하고 카멀라의 거짓말을 쉬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 부진을 ‘편파 진행’ 탓으로 돌렸다. 이날 ABC 사회자들은 ‘실시간 팩트체크’를 시도했는데 공화당 진영은 ‘해리스를 노골적으로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들이 트럼프의 발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오면 즉각 바로잡는 등 해리스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사회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뮤어는 트럼프가 “이주자들 때문에 미국 범죄율이 올라갔다”고 하자 “아시다시피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에서 전반적인 폭력 범죄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에 흥분해 “FBI 통계는 사기다. 민주당이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일자리 수처럼 말이다”라고 공격했고, 해리스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WP는 “바이든 사퇴 후 미 대선 판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할 토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골’을 먹였다.
트럼프는 방어적이고 불명확한 답변을 자꾸 던짐으로써 민주당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줬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 벅 섹스턴은 “(진행자의) 질문은 모두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었고 터무니없다”고 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보 성향의 방송 MSNBC 진행자 크리스 헤이즈는 “진행자들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제니퍼 루빈은 “그들은 사실을 확인하고 맞서고 있으며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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