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가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불이 나서 죽을 것 같아. 사랑해"

2024. 8. 27. 04:31사건 [사고]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가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불이 나서 죽을 것 같아. 사랑해"

 

'에어매트' 위에 떨어졌지만 사망 '최후의 보루' 흔들 / 소방당국 초기대응에 비난 속 "생일 전날 아들 세상 떠나" / "불나서 죽을 것 같아" 아들 마지막 문자에 엄마 오열 / "장례식 하지 마, 내 일기장 버려 엄마, 숨 못쉬겠어"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공기 안전매트(에어매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생명을 구해 줄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에어매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앞으로 누가 에어매트에 몸을 던지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숨진 김모(28·) 씨는 긴박했던 순간에도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겨질 부모를 걱정했다.

 

25일 가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김 씨는 화재 당시 호텔 객실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불이 나고 20분 정도 지난 시점으로 추정된다.

 

김 씨는 이어 일단 부탁할게. 장례식 하지 말고 내가 쓴 일기장 그런 거 다 버려라고 유언과도 같은 말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더 이상 통화를 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유학을 다녀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늘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딸이 평소 원하는 거라면 다 해주고 싶은 어머니였지만, 장례식을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 A(25)씨의 빈소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생전 마지막 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주다가 또다시 비통함에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 재학 중인 A씨는 지난 22일 부천 중동 모 호텔 7층 객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 에어매트 '  위에 떨어졌지만 사망   ' 최후의 보루 '  흔들
' 에어매트 '  위에 떨어졌지만 사망   ' 최후의 보루 '  흔들

 

에어매트' 위에 떨어졌지만 사망 '최후의 보루' 믿음사라져 25일 오후 경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희생자가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불이 나서 죽을 것 같아. 엄마 아빠 모두 미안하고 사랑해" // 정부·지자체 사용법 교육 필요 화재 피하려던 두 남녀, 에어매트 추락사 참변 에어매트 전복 '이례적' 설치 잘못? 유효기간 10년 지난 탓? 장례식 하지 말고, 내가 쓴 일기장 그런 거 다 버려김 씨는 어머니에게 구급대원들 안 올라올 거 같아. 나 죽을 거 같거든.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아 일단 끊어라고 말했다.

 

 

A씨는 불이 나고 15분 뒤인 오후 749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2분 뒤인 751분에는 '나 모텔불이 나서 죽을 거 같아'라는 문자를 보내며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이어 757분에는 '엄마 아빠 OO(동생이름) 모두 미안하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81분에 아들의 문자를 확인한 A씨의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 곧바로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아들 어디야'라고 문자를 보내도 아들은 답이 없었고, 결국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고 말았다. A씨 어머니는 "문자를 확인하고 아들한테 계속 연락했는데 끝내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가슴을 쳤다.

 

이어 "아들이 떠난 다음 날이 내 생일이다. 생일을 아들 장례식장에서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겨우 멈춘 눈물을 또다시 쏟아냈다.

 

유족들은 화재 초기 소방 당국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했다. A씨 아버지는 "소방 당국이 진화와 구조 작업에 총력 대응을 했다고 보도가 되고 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다리차를 배치해서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아들은 살았을 것"이라며 "소방 당국이 호텔 화재에 맞는 장비 투입 매뉴얼이 있을 텐데 어디에도 사다리차는 없었고 이는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소방 선착대가 화재 당일 오후 743분 호텔에 도착했고 A씨가 오후 757분까지도 가족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을 강조하며,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면 A씨가

 

A씨 아버지는 또 "아들의 객실 발견 시각, 병원 이송 시점 등 아무런 내용도 관계자로부터 들은 것이 없다""휴대전화와 신발 등 아들 유품을 찾으러 호텔을 찾았으나 수사 중이라며 아직 돌려받지도 못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번 사고에서 남녀 투숙객은 에어매트를 '생명매트'라 믿고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여성 투숙객은 튕겨 나갔고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뒤따라 뛰어내린 남성 역시 사망했다. 에어매트 전복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면서 에어매트 설치 오류, 유효 기간이 지난 매트 사용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734분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전체 9층 건물의 호텔 7층 객실(81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층에 머물던 투숙객 2명은 불길을 피하고자 소방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그만 목숨을 잃었다.

 

앞서 부천소방서는 화재 신고 접수 4분 만인 오후 743분쯤 현장에 도착해 5분 뒤인 748분 호텔 바깥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이 매트는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로 10층 높이 이하에서 뛰어내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무게는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 기준 126로 알려져 있다.

 

에어매트가 설치되고 7분 뒤인 오후 755분쯤 여성이 먼저 몸을 던졌는데 매트 중앙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에어매트는 반동에 의해 뒤집혔다. 원상태로 돌려놓기도 전에 뛰어내린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복 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한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매트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유효기간이 지난 매트를 사용한 탓인지 등에 대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해당 매트는 2006년 지급됐는데 사용 가능 기한은 최대 7년으로 알려져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에어매트가 뒤집어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잘 뒤집어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공기압이 적정 이상으로 과도하게 주입됐다거나 에어매트 자체 불량으로 압력을 균일하게 유지하지 못할 경우 (외부 충격을 받으면) 뒤집어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 교수 역시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이렇게 매트 자체가 뒤집어지는 상황은 정말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소방대원들이 에어매트를 잡고 있어야 한다'와 같은 매트 전복에 대비하기 위한 규정들이 없다는 점을 들며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에어매트가 잘못 설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다""피해자들이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뒤집혔다"고 해명했다.

 

에어매트에 떨어지면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전문가들은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어매트는 피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사용되는 기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제적으로 시민 대상 에어매트 사용법에 대해 교육·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어매트는 완전하게 안전을 담보하면서 피난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면서 "절대적인 안전을 바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화기, 완강기 등에 대한 교육은 있지만 에어매트 낙하 방법 교육은 아무도 해주지 않고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 역시 "에어매트는 아주 안전한 기구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 부상을 고려해야 한다""제대로 뛰어내린다고 하더라도 부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에어매트 사용법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씨를 포함해 부천 호텔 화재 사고 희생자 7명의 발인은 26일까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34분 부천시 원미구 중동 호텔에서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A씨 유족은 다른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공동 대응을 위한 협의회 구성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김 씨의 발인식은 25일 가족과 지인들의 눈물 속에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김 씨를 포함해 부천 호텔 화재 사고 희생자 7명의 발인은 26일까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7명은 모두 내국인으로 20대 남성 1·여성 230대 남성 240대 여성 1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는 12명 중 10명은 현재 퇴원했고 2명만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