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8. 18:48ㆍ국제 [종합]
하마스 수장 신와르 풋내기 군인들에 피살…가자주민들, 신와르 사망에 환영·애도
┃빈사상태 빠진 하마스에 '구심점 상실' 충격 가중 / 중동분쟁 다시 중대 갈림길로 / "사망한 신와르 이은 하마스 새 수장에 칼레드 마샤알" /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 이란 "저항정신 거세질 것"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 잇따라 이스라엘에 살해되면서 이란 중심의 반미국·반이스라엘 무장 동맹 '저항의 축' 수뇌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가자지구 남부에서 사살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가자지구 전쟁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신와르를 '제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61)가 숨지면서 중동분쟁이 다시 중대기로에 섰다.
이스라엘이 내건 가자지구 전쟁 목표인 하마스 해체가 달성된 게 아니냐는 인식 속에 국제사회의 종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 지속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며 역내 반이스라엘 세력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세력을 주도하는 이란도 항전을 경고하며 맞서는 만큼 포성이 곧 멎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신와르는 소대 지휘관 훈련 과정을 마무리해가는 부대에 우연히 발견돼 교전 끝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소탕전 1년새 '빈사'…'저항의 축' 수뇌부 속속 무덤행 지도부 와해 상태 이스라엘 거리에 환호 시민 인질 가족들 "휴전·인질 귀환 기회 "바이든 "이젠 그만할 기회" 이스라엘에 휴전압박 가중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 당장 포성 멎을 가능성은 희박 "국제사회 종전압박 거세 // 신출귀몰하던 "신와르 죽음 예상하지 못해" 결국 풋내기 훈련부대에 신와르가 살해되면서 구심점 잃은 하마스 지도부 와해 상태 "사망한 신와르 이은 하마스 새 수장에 칼레드 마샤알" 정치국장 출신으로 현 해외조직 책임자 마샤알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이미 정치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헤즈볼라 핵심 인사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
외신들에 따르면 신와르는 이집트 접경도시 라파의 탈 알술탄에서 다른 조직원 2명과 함께 이동하다 순찰하던 훈련부대와 마주쳤다. 훈련부대는 교전 과정에서 건물에 홀로 은신한 하마스 전투원의 위치를 드론으로 확인한 뒤 살해에 성공했다.
시신 외모가 신와르를 빼닮았다는 현장 부대원들의 판단에 따라 치아, DNA, 지문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원이 확인됐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1년여 동안 보복의 최대 표적이자 하마스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수뇌가 우연히 제거된 것으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침투해 1천20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하마스 기습작전의 총책임자였다.
신와르는 최후를 맞이할 때 인간 방패로 사용할 이스라엘인 인질이나 여러 명의 경호 인력을 곁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가 땅굴 깊이 안전하게 은신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포착된 이런 취약성은 하마스의 불안정한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 공격에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직원과 기반 시설을 잃었다. 요새화한 지하터널은 계속 파괴되고 있으며 쑥대밭이 된 주요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는 재건 가능성 때문에 최근 다시 폭격받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년여 전쟁 동안 하마스 조직원 3만명 중에 1만5천명 이상을 죽였다고 추산한다. 다만 아랍권 정보당국은 하마스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조직원 사망자는 그보다 적은 1만명 정도라고 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주도하던 수뇌부가 속속 살해되면서 구심력을 잃고 있다. 최정예군 알카삼 여단의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은 지난 7월 이스라엘군 폭격에 죽었다.
하마스의 정치지도자이자 1인자이던 이스마일 하니예는 같은 달 말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표적 공습에 암살당했다. 수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신출귀몰하며 조직을 끌어온 신와르마저 사망해 지도부 공백에 충격을 더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이자 휴전 협상 방해꾼이 사망한 만큼 종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종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이제 (작년)10월7일 같은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나은 미래를 제공할 정치 해결의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신와르는 하마스 수장으로서 가자지구 휴전에 반대해온 하마스 내 대표적 강경파였다.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하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신와르의 존재 자체를 휴전의 걸림돌로 인식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과 인질 귀환 대책을 논의하라는 특명과 함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 지속되는 인도주의 위기 때문에 휴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은 4만2천명에 달하고 기반시설 파괴로 경제활동이 멈춰 굶주림을 동반한 빈곤이 지속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미국은 인질을 구하고 전쟁을 끝내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을 완화하고 가자지구 사람들이 삶을 재건하도록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종전 촉구에 네타냐후 정권이 수긍할지는 이번에도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며 "전쟁은 아직 안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것과 같은 인질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질이 돌아올 수 있는 휴전 협상이 그간 번번이 좌절된 데에는 하마스와 타협을 꺼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반대가 한몫을 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구출을 차순위로 삼는다는 비판을 국내에서 받고 있다.
하마스의 완전 해체를 넘어 이스라엘을 둘러싼 새 안보지형 구축을 전쟁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이다. 이런 명분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을 분쇄한다는 새 임무와 함께 이미 레바논 침공으로까지 이어진 상태다.
네타냐후 연립정권은 가자지구를 성경에 나오는 '약속의 땅'으로 여기며 팔레스타인과 타협을 거부하는 극우세력이 한 축을 이룬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중단하기는커녕 휴전협상에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연정 내 극우세력은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 요구에 기울어질 때마다 네타냐후 총리의 실권을 의미하는 연정해체를 협박하곤 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주도하는 이란은 신와르의 사망에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에 이어 대규모 확전을 부를 수 있는 이란을 향한 군사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데 대한 보복으로 군사시설 타격을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해외 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이 하마스 새 수장이 됐다고 1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뉴스채널 LBCI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사망한 뒤 수장 역할을 마샤알이 맡아 대행하고 있으며, 인질석방 협상의 주요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하마스 지도부가 튀르키예, 카타르, 이집트 당국자들에게 신와르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마샤알이 하마스 수장으로 경험을 쌓았고 정치지도자 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와 새 수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해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인물로 이스라엘의 '1순위 표적'으로 꼽혀왔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는 물론 하마스에 동조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온 헤즈볼라 수뇌부 인사들을 차례차례 살해했다.
지난 1월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으로 하마스 내 서열 3위이던 살레흐 아루리를, 3월에는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해 하마스 군사조직 부사령관인 마르완 이사를 각각 살해했다.
이어 7월에는 하마스 군사조직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가 역시 가자지구 칸유니스 인근 알마와시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사망했다. 데이프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사령관으로 작년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신와르 이전에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는 지난 7월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수도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공격에 살해됐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 머물며 휴전협상에 참여하는 등 하마스의 '얼굴'이었던 하니예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귀빈용으로 운영하던 테헤란 북부의 숙소에서 일어난 폭발로 사망했다. 이란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에서 표적 암살을 당한 것이다.
7월 말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겨냥한 대규모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숨졌다.
당시 공습으로 나스랄라를 정점으로 하는 헤즈볼라 핵심인사들이 다수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휘관급 최소 20명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 피살 소식에 1년 넘게 지속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참혹한 피해를 본 가자지구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주민은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신와르를 탓하며 그의 사망을 계기로 종전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신와르 사망을 환영하며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들 가운데 생존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고대했다.
특히 1년 동안 고통 속에 지냈던 인질 가족들은 그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이런 희망이 이번에는 실현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
신와르가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이튿날 전해지자 가자지구가 술렁거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 소식은 가자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퍼졌으며, 잔해에 파묻힌 그의 시신 사진이 온라인에 등장했다.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당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데 이어 그 후임인 신와르마저 선출된 지 얼마 안 돼 피살된 것은 가자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하마스가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가자 전쟁이 중대 변곡점에 선 만큼 가자 주민들은 사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와르의 죽음으로 마침내 전쟁의 끝을 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가자 자발리야 출신의 교사 파디아(42)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신와르가 지옥에서 썩었으면 좋겠다"며 "사실 그가 죽은 것에 안도한다. 이제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인 모우멘 아부 와삼(22)은 AFP 통신에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가 이 절멸의 전쟁을 계속할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샤디 노팔 아부 마헤르(23)는 "우리는 지쳤고, 전쟁은 너무 멀리 갔으며,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면서 "세계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개입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에 나서면서 가자에서 지금까지 4만2천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가자 보건부는 집계했다. 이들 사망자 또한 대부분 민간인이다.
그러나 신와르가 이스라엘과 끝까지 싸우며 저항했다고 높이 사는 주민도 있었다. 아흐메드 오마르(36)는 "그는 전장에서 사망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말 알-하나위(28)는 "신와르 암살은 가자 사람들에게 비극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끝났고, 더는 강력한 저항이 없고, 무너졌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것이 바로 네타냐후가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 남부 칸 유니스에 사는 라얀 라프 함단(20)은 신와르 사망 소식이 거짓이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신이 그의 생명을 연장하고 죽음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헤즈볼라 집행위원장인 하심 사피에딘이 헤즈볼라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됐으나 그도 지난 3일 이스라엘군의 추가 공습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의 사망을 직접 발표했다.
'저항의 축' 지도부의 잇단 사망 속에도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집중 추적을 따돌리는 듯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줄곧 행방이 묘연했던 그는 하니예 뒤를 이어 하마스 수장에 오른 이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특히 나스랄라 사망 이후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해외 지도부와의 연락도 중단하는 등 극도로 경계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를 순찰 중이던 이스라엘 훈련부대의 눈에 띈 신와르가 교전 끝에 사망하면서 '저항의 축' 지도부는 빈사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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