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5. 07:58ㆍ용산 [대통령실]
윤 대통령'독대 요청' 보도로 만찬 전부터 잡음…여소야대 속 국감 준비 격려
┃윤 대통령 의정갈등 난제 속 '내부 분열' 우려 커져 / 당정관계 우려 증폭속 당내 친윤-친한 갈등 양상도 / 윤 대통령 '독대 요청' 보도로 만찬 전부터 잡음 / 한 만찬 후 독대 재요청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저녁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약 90분간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찬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인 7월 24일 만찬 이후 두 달 만이다.
대통령실은 "오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은 지난 7월 23일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분수정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만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은 지난 7월23일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만찬이었다고 정해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독대가 24일 끝내 불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당정 간 긴장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24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분수정원으로 초청해 약 90분간 만찬 회동 윤 대통령,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한동훈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 준비" 윤-한 두달만에 1시간 반 공식 회동 여야 관계·국감·체코 방문 등 대화 이날 원전 생태계·국감 등을 언급하며 당 지도부 화합 여소야대 속 국감 준비 격려 윤 대통령"AI, 반도체 등 전기 수요 급증 대안은 원전 뿐"이라고 강조 |
의정갈등이나 특검법 대응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 지도부가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오히려 불협화음만 노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와 첫 별도 만찬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사전에 요청했던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은 채 대통령실 참모진을 포함해 30명 가까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단체식사 자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만찬이 열리기까지 여권 내에서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당초 지난달 30일에 만찬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돌연 '추석 이후'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연기된 일정이 다시 잡히기도 전에 윤 대통령이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일부 최고위원만 관저로 불러 따로 만찬을 갖는 일도 있었다.
이날 만찬을 앞두고도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단독 만남을 '공개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사실상 '공개 거절'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자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를 보는 것 같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가까스로 만찬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다. 당의 한 참석자는 "중요 현안에 관해서는 말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며 "빈손 만찬"이라고도 표현했다.
독대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양측에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당내에서도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의정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 대응 등 당면한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이 사안들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섣불리 만날 경우, 자칫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독대하고도 핵심 사안에 대해 뜻을 모으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당 대표가 첨예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담판'을 짓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특별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거나,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등 그동안 한 대표가 보여준 행보도 독대 성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해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독대 논란'이 친윤계와 친한계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례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이 전날 "한 대표 측은 언론 플레이가 너무 잦은 것 같다"고 비판하자 한 대표 측에서는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얽히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단기간 내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이날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여기 처음이시죠? 저도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분수정원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먹게 됐네요"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오미자차로 다 같이 건배하며 만찬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라고 메뉴를 직접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를 하면서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요"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라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AI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식사 중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한 간담회에서 양자학을 많이 알고 있어 놀랐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한 전문가가 양자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미래에 보안이 뚫릴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하려면 어렵더라도 양자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대통령실 측에 다시 독대를 요청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두고 이번 독대 불발의 여파가 조기에 봉합되지 않고 여권 내부 분열로 번질 경우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도 애초 당내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반복된다면 당내 장악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날 만찬은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만찬 후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다 같이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기념 사진 촬영 후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공원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즉석에서 산책을 제안했다.
분수공원에서 어린이야구장까지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나란히 거닐며 10여분 동안 산책을 하고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초선의원들과는 식사를 했는데, 다음에는 재선, 삼선 의원들과도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이날 만찬에는 한 대표, 추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김종혁·진종오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곽규택·한지아 수석대변인, 정희용 원내대표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가 참석했다. 참석 예정이었던 박정하 비서실장과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 관계로 함께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포함해 수석급 이상 참모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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