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당 대표에 4선 의원인 김기현 후보가 당선됐다.…安, 보수당서 '생존 위협'

2023. 3. 8. 23:08정치 [국회]

국민의힘 새 당 대표에 4선 의원인 김기현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당서 '생존 위협'

 

┃4년 만에 대규모 전당대회 "당원·지지자 1만명 이상 참석" / 모바일·ARS투표 합산결과 52.9% 득표 / 安 23%, 千 15%, 黃 9% / 최고위원에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청년최고위원 장예찬 / 대선승리 1년 하루 전 與전대 / 7년 만에 여당 전당대회 대통령 참석 / 당선 1년 '어퍼컷' 세리머니

 

'사상 최고' 투표율 속에 8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국에서 1만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운집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김 신임 대표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2.93%를 득표, 4명의 후보 중 과반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발표된 득표율은 지난 45일 모바일 투표와 67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다.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55.10%(837236명 중 461313)를 기록했다.

 

당 대표 경선 2위는 안철수 후보(23.37%), 3위는 천하람 후보(14.98%), 4위는 황교안 후보(8.72%).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표의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로 겨루도록 했지만, 김 대표가 과반을 득표하면서 결선투표는 치러지지 않게 됐다.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4,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선출한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된 후 처음 개최한 행사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선 1년을 기념하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한 가운데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는 총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행사장 안팎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 옷을 입은 당원들로 가득 찼다. 이렇게 대규모로 전당대회가 열린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통령, 7년 만에 전당대회 참석에 전국 당원·지지자 1만여명 참석 열기속 국민의힘 새대표에 김기현 "하나로 똘똘 뭉쳐 총선 압승"안철수, 최대 위기 속 향후 정치행보 '시계제로


 

애초에 수용 규모 5천명인 서울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높은 관심 속에 참석 예상인원이 늘면서 장소를 킨텍스로 바꿨다.

 

전당대회 본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이날 정오부터 행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민의힘 당원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은 부산, 구미, 대구 등 전국 시도당에서 빌린 전세버스로 가득했다.

 

김기현 후보 지지자들은 지난 합동연설회에 이어 행사장 밖에서 풍물놀이를 하며 흥을 돋우었고,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빨간 야구점퍼를 맞춰 입고 입구에 도열해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당은 이날 전당대회에 당원과 지지자 등 총 1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3시 본행사 시작 19분 뒤 행사장에 도착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행사장 가장 앞자리에 있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원들, 유흥수 선거관리위원장,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당선(202239)된 지 만 1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당원들의 연호 속에 연단 위에 오른 윤 대통령은 무대에서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두 손을 들어 올려 손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청중들은 윤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신임 당 대표 등 투표 결과 발표 전 행사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할 때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가 연주됐고, 퇴장곡으로는 걸그룹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 좌우명 묻자 "X팔리게 살지 말자"'부산 갈매기' 한 소절

이날 전당대회에선 최근 급증한 젊은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색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전당대회 사회는 청년세대 눈높이에 맞춰 tvN '코미디빅리그' MC인 신영일 아나운서가 맡았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16가지 질문 가운데 하나를 뽑아 무작위로 질문하는 코너에서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는 "제가 노래를 굉장히 못 한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라며 노래 '부산 갈매기'의 후렴구를 불렀다.

 

김기현 후보는 '인생 좌우명 소개' 질문에 "'X팔리게 살지 말자'인데 그 말을 할 순 없고,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아왔다"고 했다.

 

초대가수 박상민도 무대에 올라 만화 슬램덩크 주제곡 '너에게 가는 길'을 불렀다.

 

박상민은 "여기(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노래하는 것에 대해 가수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보수·진보 가리지 말고 정말 세련되게 우리나라를 잘 살게 만들어 달라. 징그러워 죽겠다 진짜. 좋은 나라 좀 만들어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그 목표는 첫째도 민생이고, 둘째도 민생이고, 그리고 셋째도 오로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한 몸이 돼서 민생을 살려내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종료 이후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여러 야당 지도자를 찾아뵙고,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에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을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직 인선에 대해 그동안 구체적으로 구상해 온 것이 없다""연대·포용·탕평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은 김재원(득표율 17.55%)·김병민(16.10%)·조수진(13.18%)·태영호(13.11%) 후보, 청년최고위원은 장예찬(55.16%) 후보가 선출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항상 승리하는 당으로 만들도록 이 한 몸 다 바치겠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맨 앞에서 불의의 세력과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이뤄지는 그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최전방 공격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가 김기현 당대표의 1차 과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탈락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세 후보 모두 결선투표를 갈망했지만, 김 대표의 세 결집에 불가항력이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지낸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어 향후 정치 행보가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며 자승자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윤계와 대통령실로부터 거센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다 돌연 '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법적 조치를 이어가는 강경 대응으로 친윤과 대통령실과의 동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안 의원이 탈당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위를 기록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사격으로 정치 신인에서 급이 높아졌지만, 향후 '이준석 아바타' 이미지 벗기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김기현 후보 때리기에 올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정계 복귀가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8일 종합 결과 안 의원은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전당대회 선거에서 23.37%의 득표율을 얻어 2위를 기록했음에도 김 대표의 과반 득표율을 방어하지 못해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안 의원은 시스템 공천, 정책 정당 변모 등 당 개혁을 이끌며 내년 총선 압승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본인은 부정했지만, 당대표로 이룬 성과를 토대로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계획이 당대표 선거 패배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안 의원은 경쟁자였던 김 대표에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리면서 전당대회 기간 내내 불리한 싸움을 해 왔다. 특히 정체성 논란과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불쾌감 표출 등 친윤계와 대통령실 공세에 내내 시달렸다.

 

안 의원은 특히 국민의힘에 완벽하게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로 보수정당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단 안 의원은 합당 조건이었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임명, 국민의당 채무 등을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다. 또 이준석 지도부 붕괴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반대하면서 당 주류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또 이태원 사태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임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론과 괴리된 주장을 펼쳐 '겉돈다'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결국 당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권 도전은커녕 내년 총선 공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 지역구 성남 분당갑은 다른 후보를 내세우기 쉬운 지역인 데다 직전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출마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물러설 곳 없는 안 의원은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빌미로 독자 정치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데다 황교안 후보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추가 의혹 폭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안 의원의 탈당·분당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 탈당·분당으로 대선 후보 단일화와 합당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동 정부' 구상이 더욱 퇴색되면서 정부여당이 분열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안 의원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서 실정을 이어가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내분에 휩싸여 있는 만큼 제 3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안 의원이 강력하게 대여(對與) 투쟁에 나설 경우 새 지도부는 출범부터 내홍을 겪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본인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불리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불복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대표가 안 됐으니 다같이 죽자는 것이다.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안 의원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앞세웠던 만큼 전당대회 결과에 승복하고 차기 당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약한 당내 기반이 증명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탈당 행렬에 따를 이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종 득표율 14.98%3위를 기록한 '정치 신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사격으로 가장 늦게 전당대회판에 뛰어들었다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후보들 중 가장 늦은 지난달 3일 출마를 선언한 천 위원장은 같은 달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할지가 큰 관심사였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방송 패널로 얼굴을 알렸지만, 중앙 정치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척결을 강조했다. 그 덕분에 비윤계 지지층 표를 흡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됐던 2021년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천 위원장의 젊음과 '개혁 보수' 성향이 지지세 확보의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천 위원장은 일부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를 넘어서는 '실버 크로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인지도와 지지층을 대거 확보하면서 체급을 높인 천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아 순천갑에서 당선될 경우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원내에 진입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천 위원장에게 각인된 '이준석 아바타' 이미지가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천 위원장의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일색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천 위원장을 비롯한 개혁 보수 세력이 당내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친이준석계'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친윤계가 주도하는 공천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대표가 성 접대 의혹 관련 무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정치적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천 위원장이 이 전 대표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현재 한정된 지지층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이른바 '천아용인' 후보들의 공통 과제라는 지적이다.

 

반면, 4위를 기록한 황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기현 네거티브에만 올인해 보수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황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심이 실린 김 대표를 연일 때리며 연대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평가된다. 여기에 막판에는 '당 정체성'을 의심했던 안 의원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김 대표를 더욱 몰아세웠다.

 

결국 지지 성향과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 성공' 염원을 가진 당원들이 지지를 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황 전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마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이다.

 

아울러 보수단체를 이끄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소송전도 '지지층 탈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전 대표는 앞서 한 행사장에서 '누군가가 황 전 대표에게 공천받으려고 50억원을 줬다'고 말한 전 목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2일 경찰에 고소했다.

 

이날 정진석 위원장과 김행·전주혜 비대위원들은 노래에 맞춰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입장할 때는 악단이 영화 '어벤져스' 주제곡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오후 3시 시작된 이날 전당대회는 오후 510분께 투표 결과가 발표됐으며, 당선인의 수락 연설에 이어 오후 530분께 폐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