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2. 06:10ㆍ사건 [사고]
경찰 지구대에서 집단탈주한 외국인 도박 피의자…6명 잇달아 당국에 자수하거나 검거됐다.
┃'집단탈주' 외국인 1명 추가 검거 10명 중 6명 신병확보 / 지구대 집단탈주 외국인 1명 검거·2명 자수 7명 추적 중 / 불법 체류자 많고, 허위 신원·언어 장벽에 수사 난항 / 이들은 도박으로 체포 후 탈주한 베트남인 10명 중 6명 신병 재확보
경찰 지구대에서 집단탈주한 외국인 도박 피의자 10명 가운데 6명이 잇달아 당국에 자수하거나 검거됐다.
1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도주, 도박 등 혐의로 경찰이 쫓고 있던 베트남 국적 외국인 1명이 이날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 숨어있다가 체포됐다.
그보다 먼저 광산구 평동산업단지 일원으로 도망쳤으나 붙잡힌 1명, 경찰과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자수한 2명씩을 포함해 현재 도주범 6명의 신병이 확보됐다.
경찰은 달아난 베트남인들의 신원 파악을 마치고 연인 또는 지인 등을 통해 이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강제 추방 등이 두려워 지구대에서 무작정 도망친 이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속속 자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잠적 중인 나머지 4명의 소재도 파악 중이다.
붙잡힌 탈주범들은 모두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명도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도박판을 벌였다가 붙잡혀온 외국인들의 집단탈주는 이날 오전 6시 4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발생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월곡동 한 주택에 모여 도박하던 베트남인 23명이 임의동행돼 지구대 회의실에서 대기하던 중 10명이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20㎝ 정도 열리는 공기 순환용 시스템 창문 틈으로 빠져나갔다. 탈주범 일부는 도박 혐의에 대한 기초조사 과정에서 합법체류자인 지인의 신분을 도용해 추적 과정에서 엉뚱한 베트남인이 붙잡혀 오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구대에 붙잡혔다가 도주한 베트남 국적 외국인 1명을 검거하고 전남 목포시와 전북 완주군까지 도주한 외국인 2명은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3명은 모두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머지 도주자 7명에 행방을 쫓고 있지만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도박 현장에서 검거될 당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는 등 신원을 속여 엉뚱한 사람을 붙잡았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소재 파악이 어려운 불법체류자가 10명 중 6명으로 많은데다가 언어의 장벽으로 주변인 탐문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사람씩 순차적으로 도주해 예상 도주 경로도 제각각이고, 외국인 인상착의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3시 16분께 ‘월곡동 한 주택 2층에서 집단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 체포됐다.
이후 이들 중 10명이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압송된 월곡지구대에서 집단으로 탈주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달아난 10명 중 최소 7명은 타인의 신분으로 위장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검거반을 꾸려 신고 1시간 뒤인 오전 4시 15분 현장을 급습했다. 이후 기초 조사를 위해 현행범 체포된 이들을 각 조로 나눠 월곡지구대로 옮겼다.
현행범 모두가 지구대로 옮겨진 것은 현장 급습 이후 1시간 30여 분 만인 오전 5시 45분이다.
경찰은 옮겨진 현행범들에게 지구대 내 10평 규모 회의실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대부분이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탓에 경찰은 통역사를 섭외하고 조사 대상자에게 형사 절차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지구대가 어수선한 사이 먼저 압송된 자들 중 10명이 조사를 기다리다 회의실 창문을 열고 차례로 달아났다. 도주에 쓰인 창문은 너비 90㎝·높이 20㎝·약 15도 각도로 열리는 구조다. 발소리를 숨기기 위해 일부는 맨발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오전 6시 10분부터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해 놓고도 지구대에서 대거 탈주한 사건이 벌어진 데는 수갑을 채우지 않았으며 감시가 느슨했던 탓도 있었다. 수갑이 폭행·도주·극단적 선택 시도 등의 우려가 보이는 자들에게 채울 수 있다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범죄수사규칙과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등을 통해 수갑 착용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 범죄수사규칙 제125조 4항은 ‘경찰관은 피의자가 도주, 자살 또는 폭행 등을 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수갑·포승 등 경찰 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유치인을 다루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제22조에도 수갑의 사용 범위를 출감·도주·극단적 선택·폭행 우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현행범 체포된 이들에 대해서도 저항 없이 순순히 압송된 점 등에 따라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압송된 이들이 수갑 없이도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았고 경찰의 감시 태도도 누그러졌다.
당시 지구대에는 직원 7명과 지원을 나온 기동대 5명이 투입돼 있었으나 감시를 전담하는 인력은 별도로 없었다. 이따금 회의실과 조사 공간을 오가며 동태만 확인했을 뿐이다. 게다가 경찰 회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광산 경찰은 지난해 7월에도 피의자 관리 소홀로 데이트 폭행 사범 30대 남성을 지구대 조사 도중 놓친 바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며 경찰서 바깥으로 나간 그는 동행한 경찰 1명의 추적을 피해 달아났다가 도주 7시간 만에 붙잡혔다.
월곡동 한 주택에서 도박을 하던 베트남 국적 외국인 23명이 주민신고로 검거돼 지구대 회의실에서 대기하던 중 10명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외부로 통하는 창문을 열고 도주했다.
경찰은 지구대에서 달아난 이들에 대해 도주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불법체류자로 확인될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신병을 인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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