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30. 16:19ㆍ사건 [사고]
서울·경기 지역 39개 병원에 사망자 151명 분산 안치…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
서울 한복판서 사상자 296명 참사 세월호 뒤 8년만에 최악 /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 151명·부상 82명 / 사망자 女 97명·男 54명 중상자 19명 외국인도 19명 추가 사망 가능성도 /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 피해 / 토요일 밤 10시 22분, 이태원의 '핼러윈 악몽' / 서울시 "이태원 참사 관련 실종신고 270건 접수" / 전화 20개회선· 120 다산콜센터· 한남동 주민센터, 신고받아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 사망자가 30일 오전 현재 151명으로 집계됐다.
핼러윈을 앞둔 이날 갖가지 '코스튬'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한껏 들뜬 29일 이태원의 거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이 빽빽이 들어찼다. 이런 가운데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오후 10시 22분께.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정도의 비좁은 경사로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2분여 뒤인 10시24분, 소방서에 울린 첫 신고 전화는 최악의 압사 참사를 알리는 신호였다.'이태원동에서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119 신고가 불이 났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호흡 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81건이나 신고됐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가운데 사망자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했고 중상자 중 2명이 치료 중 더 사망해 151명으로 늘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가족과 지인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애간장이 녹고 있다. 사망자의 시신이 서울과 경기 지역 39곳의 병원에 분산 안치되면서 사망자 확인에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만난 A씨는 지인의 사망 소식에 현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는 "핼러윈 축제에 간 지인이 전날 밤 그의 엄마에게 전화하더니 '밀려서 넘어졌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며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인의 동행자로부터 사망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달려왔지만 경찰의 제지로 지인을 찾지 못했다. 현장 사망자들을 1차 이송한 원효로 생활체육관에도 가봤지만 허탕이었다. 체육관에서 출발한 앰뷸런스를 따라 무작정 순천향대병원으로 왔으나 역시 현장 통제에 걸렸다. 그는 "세 군데에서 다 못 들어가게 해서 지금까지 지인을 찾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한 실종자의 부모는 장례식장 통제선 앞에서 딸의 이름을 말하곤 경찰로부터 "없다"는 답을 듣자 통곡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렇게 울면서 자녀를 찾아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스리랑카 출신 B씨도 친구 10여 명과 순천향대병원을 찾았다. 그는 "어제저녁까지 실종자와 함께 있었는데 밤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이태원 현장에서 실종 신고를 하고 이곳까지 왔다"며 안절부절못했다.
친구를 찾으러 왔다는 20대 남성 2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는데 어느 병원인지 몰라 찾아왔다"고 했다. 이들 역시 친구를 찾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순천향대병원에는 현재 이란 국적의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총 6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이날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대기중이던 소방당국은 즉각 현장에 출동하고 관내 구급차를 총동원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이태원에 몰린 구름 인파에 구급차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사고가 접수돼 출동하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계속 넘어지는 중이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20대 남성은 "밤 10시 30분부터 밀리기 시작해 10시 40분께엔 차례로 넘어져 사람들이 대여섯 겹으로 쌓였다"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아래에 깔린 사람부터 차례로 빼냈지만 최소 10분간은 그곳에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때는 어느 정도 우측통행이 자율적으로 지켜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불어나면서 좁은 길이 가득 차면서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됐고 누군가 밀려 넘어지자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는 게 현장 목격자의 공통된 증언이다.
소방당국은 첫 신고 접수 19분만인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동하고, 10시 45분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다.
이어 오후 10시 53분 이태원역 인근 한강로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자를 받았다. 오후 11시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학교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을 총동원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13분에 대응 2단계로, 이어 11시 50분에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는 동안 시민들도 나서서 쓰러진 피해자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꽉 끼는 옷을 헐겁게 풀어주거나 잘라주는 등 지원했다.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구조를 지휘하고 있고 30일 오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도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소방과 경찰, 서울시 등에서 동원된 인력은 848명이다.
29일 오후 10시 2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로 300명에 육박하는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0일 오전 4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46명, 부상자는 15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참사가 발생한 것은 과거에도 드물게나마 사례가 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중간 부분이 무너져내리며 통행하던 시내버스와 차들이 그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버스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등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한강 다리가 갑자기 붕괴했다는 데 당시 시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1995년 6월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당시 두 참사의 원인이 부실 공사 혹은 허술한 안전 관리 등에 따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등 343명의 사상자가 났고 1993년 10월에는 전북 부안 인근 해역에서 서해 훼리호 침몰 참사로 승객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우리 딸 어디 있니" 병원마다 '통곡'
가장 가까운 대형 사고 사례로는 여전히 국민적 기억이 생생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꼽힌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배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부상했다.
같은 해 2월에는 경주 양남면의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등 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서울시는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참사와 관련해 30일 오전 7시까지 실종 신고 약 270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초기 2명으로 발표됐던 외국인 사망자는 현재 19명으로 늘었다. 외모가 비슷해 한국인 사망자로 분류됐다가 신원 확인으로 바로 잡히면서다. 외국인 사망자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으로 확인됐다. 미국·일본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과학수사팀을 보내 신원 확인을 하는 대로 유족에게 연락하고 있다.
시신은 현재 사망자 151명은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 39개 병원에 분산 안치돼있다.
현재 이태원 참사 관련 실종자 신고는 서울시가 접수해 경찰로 전달하고 있다.
전화 신고는 ☎ 02-2199-8660, 8664∼8678, 5165∼5168 등 20개 회선으로 받고 있다. 120 다산콜센터로도 가능하다.
현장 접수는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3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핼러윈인파 몰린 이태원참사에…세계 대형 압사참사 역대 사례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유사 사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AP 통신 등 매체는 30일 스포츠 및 종교 행사 등을 계기로 벌어던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들을 재조명했다.
1990년 7년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에서 성지순례 '하지'에 이어지는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기간 1천426명이 압사했다.
사우디에서는 1994년 5월 자마라트 다리에서 순례객 119명이 사망했고, 4년 뒤인 1998년 4월 하지 기간 또다시 119명이 숨졌다.
이후에도 2004년 2월 자마라트 다리 인근서 251명, 2006년 1월 자마라트 다리 362명, 2015년 9월 하지 순례 당시 717명 등 이슬람 종교 행사 기간에 대량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인도에서는 2005년 1월 마하슈트라주(州)의 외딴 사원에 힌두교 순례자들이 몰리며 최소 26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8년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 나이나 데비 사원에 몰린 순례자들이 산사태 소문을 듣고 혼비백산하며 최소 145명이 숨졌고, 같은해 9월 라자스탄주 조드푸르 근처의 차문다 사원에서는 힌두 순례객 등 147명이 사망했다. 2013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도 힌두교 사원에서 신도 115명이 숨졌다.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 티그리스강의 한 다리 위에서는 군중이 몰려있는 군중들 사이에 자살 폭탄테러가 벌어진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에 당황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며 1천5명 이상이 압사했다.
지난해 4월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축제 기간 44명이 압사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힌두교 순례자들이 몰려 12명이 끼어 숨졌다.
같은 달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한 교회에서 밤새 진행된 기독교 행사 주 29명이 압사했다.
지난 5월에는 나이지리아 남부 리버스주의 한 교회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음식을 받으러 온 어린이 등 31명이 숨졌다.
스포츠 혹은 문화 행사를 계기로 밀집한 사람들이 통제를 벗어나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1989년 4월 영국에서는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프로축구 시합이 열린 경기장에 관중이 몰리면서 96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다쳤다.
2001년 5월 가나 수도 아크라의 축구 경기장에서 폭동을 벌이는 관중에게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을 시도했는데, 이로인해 장내가 순식간이 아수라장이 되며 126명 이상이 깔려 숨졌다.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에서는 '러브 퍼레이드'라는 테크노 음악 축제가 열렸는데, 공연장 근처 터널을 지나던 관객들이 서로 밀고 밀리다가 19명이 사망했다.
2010년 11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는 3일간 진행되는 연례 물 축제 '본 옴 뚝(Bon Om Touk)'의 마지막 날 보트 경기를 보려고 코픽섬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기 직후 섬과 육지를 잇는 좁은 다리 위로 한꺼번에 몰렸고, 최소 35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3년 브라질 남부 대학도시인 산타 마리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 대피하던 손님들이 몰리며 230명 넘게 압사하거나 질식사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무대로 팬들이 밀려들며 9명이 사망했다.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에서 관중들이 뒤엉키며 경기장으로 쏟아졌는데,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등 소동이 벌어진 끝에 13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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