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작가, 지리산 영감 받은 정원 출품…英 찰스 3세 'K 정원'에 감탄

2023. 6. 1. 06:47여행 [관광]

황지해 작가, 지리산 영감 받은 정원 출품 찰스 3 'K 정원'에 감탄

 

 

영국 찰스 3세 국왕"멋지다"고 감탄 / 첼시 플라워쇼 작가 포옹까지 / 폴 스미스 등 유명인들 줄이어 찬사 / 첼시플라워쇼, 한국가든에 최고상 허락 / 황지해 작가 해우소 가는 길사상 처음 / 전통화장실문화 재해석 작품 세계가 인정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멋지다"고 감탄하며 작가를 꼭 안아주는 등 '첼시 플라워쇼'에서 한국 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첼시 플라워쇼'의 얼굴이자 주요 경쟁 부문인 쇼 가든에서 12개 출전작 중 유일한 해외파 작품으로서 개성을 뽐내며 눈길을 끌었다.

 

세계 3대 가든쇼 가운데 하나인 첼시플라워쇼(RHS Chelsea Flower Show 2011)’에서 우리나라 황지해 작가가 출품한 해우소 가는 길이 최고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영국에서 개막된 행사에서 이 작품은 본 심사 아티잔가든 부문에서 최고의 정원(Best Garden)’으로 선정됐다. 첼시플라워쇼 180년 역사상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의 계절하면 떠오르는 계절, ! 포근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곳 저곳에서 열릴 다양한 봄 축제들에 마음도 덩달아 설레게 되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봄을 맞이해, 세계 곳곳에서도 축제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로 플라워 쇼와 가든 페스티벌이 열리는 유럽의 아름다운 정원들입니다.

 

축제 기간 동안 매년 약 80만 명이 방문한다는 이 축제에서는, 700만 개의 구근 식물에서 피어난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정원이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을 반기는데요. 또한 축제 기간 내에는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된 대형 퍼레이드카가 약 40km를 행진하며 보다 풍성한 축제를 장식합니다.

수상작 ‘해우소 가는 길(Emptying your mind: traditional Korean toilet)’은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한국 전통화장실 문화가 가지는 철학적 함의를 정원디자인으로 재해석해서 승화시킨 작품이다. ‘근심과 걱정을 털어버리는 곳’ 혹은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뜻의 불교식 용어를 우리 정원문화에 맞게 재해석해 세계무대에 선보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 행사는 정원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여기에 화장실이 정원 주제로 등장한 것 또한 첼시플라워쇼 역사상 처음이다.

 

주요 작품구성은 오죽 숲과 돌담에 둘러싸인 옛 화장실 가는 길을 정원의 중심공간으로 배치하였고 그 주변에 송악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약용식물을 식재해서 선조들의 민간요법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해우소 가는 길을 인간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곳, 바로 자연과 공존하는 길로 승화시킨 점도 눈길을 끌었다. 흙과 토종식물의 뿌리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러내리게 하여 사람들이 손을 씻게 하고 발효 항아리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이라는 뜻을 담았다. 해우소의 문은 1.2m 높이로 낮춰 고개를 숙여 출입하도록 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양의 의미도 함께 담았다.

황지해 작가는 인위적이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 전통정원문화와 그 요소들의 아름다움과 철학이 세계정원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찰스 3세 국왕도 정원을 둘러보고는 '정말 맘에 든다'(I love it), '훌륭하다'(brilliant), '경탄할만하다'(marvellous)라는 등 찬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지해 작가 측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오후 5시 반께 찾아와서 약 7분간 머무르며 꼼꼼히 설명을 들었으며, 예정과 달리 정원 안에 들어가 보겠다고 해서 경호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커밀라 왕비와 나눠서 둘러보면서 쇼 가든 출전작 중 3개만 방문했고, 그 중 황 작가 작품을 가장 먼저 찾았다.

 

적극적 관심에 감동한 작가가 마지막에 "안아봐도 되냐"고 물어보자 찰스 3세는 "물론이다"라고 답하고 웃으며 포옹해주기도 했다.

 

영국에서 국왕 등 왕실 인사들이 일반 대중과 악수 이상 접촉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현장에 있던 BBC 취재진은 황 작가에게 "국왕이 정원 안으로 들어가다니 당신에게 특별한 날"이라며 "포옹을 한 상황도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엔 유명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거의 1시간 둘러보고는 "완전히 자연적이고, 멋진 돌들이 있고 희귀 식물이 있다""정말 특별하다"고 감탄했다.

 

그는 황 작가가 2012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DMZ:금지된 정원'으로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상을 동시 수상한 이래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BBC의 창업 리얼리티 쇼에 고정 출연해 널리 알려진 기업인 데버러 미든은 "흔치 않은 정원이다. 대개 같은 식물을 다른 방식으로 조성하는데 여긴 완전히 다른 식물이 있고 다른 향이 난다""마치 설계해서 만든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정원 같다"고 말했다.

 

찰스 3세 대관식의 플로리스트인 셰인 코널리는 "매우 정교하고 탁월하다""다른 정원들과 달리 영원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원 앞에서 열린 국악 연주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가 됐으며, 약초와 원시적 형태의 자연 풍경을 통해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리산에만 있는 지리바꽃,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토종 식물 등 식물 300여종과 총 200t 무게의 바위들로 가로 10, 세로 20크기 땅에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

 

바위 사이엔 지리산 젖줄을 표현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중심엔 지리산 약초 건조장을 참고해 만든 5높이 탑이 서 있다.

 

황 작가는 "20억년 넘는 시간을 상징하는 바위의 밑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들이 백만년 전에서 온 편지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리산 약용식물의 가치와 이들을 키워낸 독특한 환경을 보여주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익숙한 것을 연출했는데 여기선 매우 다르게 여겨진다. 첼시 플라워쇼 스타일의 정원은 달력 그림 같다""거친 자연을 접하기 어렵다 보니 지리산의 원시적인 매력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콘크리트 등을 쓰지 않고, 작품 속 식물은 노팅엄 매기 암센터로 옮기거나 일부 판매,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사용한다.

 

쇼 가든 경쟁자는 금상을 14번 받은 크리스 비어드쇼, '첼시 쇼'의 왕으로 불리는 마크 그레고리, 런던올림픽 공원을 설계한 새러 프라이스 등이다. 결과는 23일 오전에 발표되고 폐막은 27일이다.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주최로 1913년 시작됐으며, 런던 남서부 부촌 첼시 지역에 템스강과 접한 45규모 부지에서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방문하는 등 왕실과 관계가 깊다.

 

하루 입장권 가격이 회원 기준 약 58파운드(95천원)에 달하는데도 총 약 168천명이 방문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