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무죄에 부담 덜어' 타전…"사법 리스크 해소" 투자 속도낼까

2024. 2. 6. 10:07경제 [산업]

'이재용 1심 무죄에 부담 덜어' 타전"사법 리스크 해소" 투자 속도낼까

 

'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뉴삼성' 위한 대규모 투자 속도낼까 / "사법 리스크 해소" 투자 속도낼까 법원 "깜짝 판결" / "지배력 강화 노력은 자연스러운 업무 삼성물산에도 이익" / "예상밖 놀라운 판단 / 외신, "한국 시장 공정성·사법부 신뢰성 우려" 언급 전하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해외 언론도 주목하며 긴급히 타전했다.

 

외신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심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둘러싼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국제투자분쟁(ISDS)에도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이른바 '엘리엇 판정'에 불복해 영국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5개월째 소송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기소 후 1252, 35개월 만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낸 것이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이후 거듭돼 온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가 일단 해소됐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시동이 걸리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 공여 혐의 유죄를 확정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인정된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법원이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부분은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승계 작업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5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같은 판단이) 선행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829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 등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고 못 박았다.

이재용측 "합병·회계 적법 확인" "사법 리스크 일단락 계기" 삼성, 검찰 항소 가능성 있지만 일단 사법 리스크 해소 대규모 투자·M&A 시동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과 임원 복귀 빨라지나 지배구조 개선·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재용의 승리 글로벌 경기 침체·경쟁사 도전 직면 삼성전자에 고무적" '불법승계' 무죄 선고 '엘리엇 판정' 뒤집기 엘리엇, 국정농단 수사결과 인용해 '1300억원 배상' 판정 끌어내 이재용 '불법 승계' 19개 혐의 전부 무죄 "범죄증명 없어" 최지성·김종중·장충기 미전실 수뇌부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 검찰 "면밀히 항소여부 결정"

 

그러면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확정적 판단은 이 회장의 뇌물공여죄가 인정된 근거이자 이후 검찰 수사의 마중물이 됐다. 검찰은 20209월 이 회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이 판결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이 받아 든 판결 내용은 기대와는 달랐다.

 

법원 판단은 요약하자면 '승계 작업은 있었지만 그 자체로 법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불법 행위도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 사의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임직원이 합병을 추진·검토하고 양 사 합병 태스크포스(TF)가 밀접하게 협의하고 업무를 조정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받아들인 부분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이 회장이 중요한 승리를 거뒀고,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애플,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의 거센 도전에 고생하고 있는 세계 최대 메모리칩·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이번 판결은 글로벌 스마트폰·메모리칩 침체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삼성전자가 앞서 4분기 연속 이익 감소를 기록한 사실도 전했다.

 

AP 통신은 "이번 판결로 전 정부를 무너뜨린 부패 스캔들에서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 상속자를 둘러싼 법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외신은 한국 사회에 재벌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재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PCA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압력을 행사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위반했다는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86931달러(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사용한 법률비용과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지급해야 할 금액은 1300억원이 넘는다.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인용한 엘리엇 측의 적극적인 공세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서 엘리엇 측은 이 회장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국정농단 특검팀 등의 수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은 자신의 형사사법제도를 통해 합병에 위법한 개입이 있었음을 스스로 명확히 주장했고, 판결로써 확인했다. 한국은 이런 증거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이런 가운데 1심 법원이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정부는 진행 중인 취소소송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변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권 불법 승계의 유무가 정부가 취소소송에서 제기한 주요 쟁점은 아니다. 정부는 PCA가 한미FTA에 규정되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비정부기관인 국민연금의 판단을 정부 책임으로 판단한 것이 잘못이란 점을 주요 논거로 들고 있다.

 

다만 PCA의 판단이 양사 합병 문제가 아닌 박근혜 정부 소속 일부 인사들의 일탈 행위를 '정부 차원의 불법 승계 지원'으로 부풀린 엘리엇 주장에 편승한 부당한 판정이었고, 한국 법원은 경영권 승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91일 기소됐다.

 

당시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같은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약탈적 불법 합병계획'의 핵심 증거로 제시한 '프로젝트-G'·'M사 합병 추진()' 등 내부 문건이 일반적인 기업 실무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보고서 수준으로 문제가 없다며 기소의 전제부터 깨뜨렸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도 미국 합작사가 보유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의 성격에 따른 공동지배 여부를 상세히 판단해 무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하기 위해 체결한 계약 자체로 공동지배가 인정된다고 주장하지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까지는 로직스가 이사회·주주총회를 장악할 수 있도록 계약이 설계돼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를 토대로 2014회계연도 거짓 공시 혐의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실질적 권리가 아니며 반드시 공지돼야 하는 정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015회계연도 분식회계에 혐의에 대해서도 "로직스는 2014회계연도에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2015회계연도는 유럽의 판매승인 권고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돼 공동지배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로직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어 '마지막 단추'로 여겨졌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1심에서 인정받으면서 이 회장도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또다시 '경영 족쇄'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CES 2024' 간담회에서 "AI와 디지털 헬스, 핀테크, 로봇, 전장 등 5개 분야에서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삼성의 대형 M&A20179조원을 투자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인 20188월에도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금 보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하고 현금을 쌓아뒀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과감하고 앞서가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동안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한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작년 5월 다녀온 22일간의 미국 출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이 회장은 앞서 최후진술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며 대규모 인사나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작년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 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안 하고 이대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주주총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202210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게 되면 권한은 있으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게 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적용도 피해갈 수 있어 삼성이 주장하는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삼성이 그동안 묵혀 뒀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18.10%)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3.63%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앞서 삼성의 외부 감시 조직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했으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날 3기 임기를 시작한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3기 활동에 대해 "컨트롤타워라든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개선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 삼성은 반등하냐 고꾸라지냐의 기로에 서 있다""심각한 위기 상황인 만큼 이날 선고 이후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공판은 수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오후 21분에 시작해 51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 기준 23, 이 회장이 연루된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하며 검찰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을 모두 물리쳤다.

 

이 회장은 이날 법정 출석길과 퇴청길 모두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삼성물산 주주 72명은 문 전 장관의 위법 행위로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약 9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문 전 장관 행위와 주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일부 원고가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일부 주주들이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CNN 방송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깜짝 판결'로 표현, 수년간 법적 문제에 휘말려온 이 회장에게 큰 안도감을 줬다며 "전문가들에게는 '뜻밖의 놀라운 소식'(surprise)으로 인식된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CNN"완전히 충격적인 판결로, 이번 결정은 한국 법 제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와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언급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회사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서울중앙지법은 35개월 만에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선행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가 위법·부당하다거나,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을 사용했거나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한 것은 승계 작업의 존재에 불과하고 그 불법성을 살펴보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이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이고 편의적인 사업 조정 방안들을 검토한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며 "지배구조 개선 검토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을 희생시키는 약탈적 승계 작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미래전략실이나 이 회장이 법률 등을 위반해 주주총회·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는 검찰 주장도 "양 사 이사회의 실질적 검토를 통해 추진이 결정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의 목적에 대해서는 "삼성물산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된 바 없다""합병에 합리적인 사업 목적이 존재했고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경영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합병에 합리적 사업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더라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결과"라며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