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60%에 철근 없었다…콘크리트 강도 부족까지

2023. 7. 7. 00:02건설 [노동]

붕괴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60%에 철근 없었다콘크리트 강도 부족까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정밀진단결과 발표 /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 / 콘크리트 강도 부족까지 /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 / 사고조사위는 붕괴의 직접적 원인을 철근 누락으로 지목했다.

 

올해 12월 해당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입주예정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날 현장에 찾아온 정혜민 검단신도시 AA13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입주예정자들은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했고, 입주 시기도 불분명해 지면서 모두가 분노한 상태라며 조속하고 원만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입주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공사현장을 찾아 아이들 놀이터 붕괴, 집이라고 안전한가’, ‘눈떠보니 없어진 앞마당, 이유없는 붕괴 없다’, 무서워서 못살겠다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몰려와 시공사인 GS건설과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9일 오후 1130분쯤 안단테건설현장 지하주차장에서 지하 1·2층 지붕층 상부 구조물 총 970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너진 지점 상부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단계에서 지하주차장이 하중을 견디는 데 필요한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린 상황에서 설계·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그나마도 부실한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철근을 추가로 누락한 데다, 어기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저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부실을 키웠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및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철근 빠졌고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 해당 아파트 발주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조사 결과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됐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지하주차장에 세워지는 기둥 전체(32)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이 필요했다.

 

그러나 설계상 철근은 17개 기둥에만 적용됐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아파트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가, 감리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가 맡았다.

 

무서워서 못살겠다붕괴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 분통 인근 주민들 충격에 우리 아파트도 불안날림공사 우려에 GS건설·LH 성토 봇물완공·입주예정일 미뤄질 듯 입주 계획 물거품전문가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 문제 있었을 가능성 커전면 재시공 8월초 정밀진단결과 발표

 

설계 단계에서 이미 필요한 철근이 누락된 가운데 시공 단계에서 철근은 추가로 빠졌다.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탓이다.

 

사고조사위가 기둥 32개 중 붕괴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한 8개를 조사한 결과, 4개의 기둥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하주차장 기둥 32개 전부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9(60%) 기둥에 철근이 빠지고 여기에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의 강도 시험을 한 결과,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한다.

 

조사 결과 레미콘 품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싱싱한 물고기를 갖고 와도 요리사가 잘못 요리하면 상한 요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콘크리트 양생과 타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위에 조경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보다 토사를 더 많이 쌓으며 하중이 더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설계에는 토사를 1.1m 높이로 쌓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최대 2.1m를 쌓았다.

 

홍 위원장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굉장히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작용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에 포함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관심이 모이는 것은 GS건설이 해야 할 재시공 범위다.

 

현재 LH는 한국건축학회에 의뢰해 검단아파트 건설현장 전체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진단 결과가 8월 초에 나오면 붕괴가 일어난 지하주차장만 재시공할 것인지, 아파트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일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건설은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에 대한 처분 역시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온 이후인 8월 중 결정된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이 맡은 83개 건설현장에 대한 확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곳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붕괴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고지점 시공팀 12개 중 4개 팀의 팀장이 팀원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임의로 배분한 사례가 있다""불법 하도급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수사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발주처와 시공사의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 건설현장에는 시공사가 자체 시공 노하우를 설계에 반영해 책임지고 시공하는 형태인 시공책임형 CM(건설사업관리) 방식이 적용됐다.

 

다만 사업관리용역 내역을 보면 설계서 검토 및 제안과 대안 제시 등은 발주처인 LH와 시공사 GS건설이 공동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김규철 정책관은 "설계서에 대한 승인 부분도 발주처에서 최종적으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어느 주체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도 LHGS건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입주 전이라 망정이지, 입주한 뒤에 사고가 발생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다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서 믿고 있었는데, 날림 공사를 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밝혔다.

 

다른 입주예정자는 정밀진단을 거쳐서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와도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어떻게 믿고 입주를 하겠느냐이사 계획도 마련해놨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도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맞은편 단지인 검단호반써밋 1차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라도 충격에 우리 아파트도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전문가는 지난해 7월에 진행된 콘크리트 타설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콘크리트는 타설 후 28일이 지나면 강도가 다 발현된다. 타설을 진행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은 타설 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철근은 그대로인데 콘크리트만 빠져나와있다. 하부의 취약한 콘크리트가 상부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전 학장은 늦은 오후에 사고가 발생해서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인명피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추가 붕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상부의 흙을 치우고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무량판 구조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한다. 무량판 구조는 지지보나 내력벽 없이 기둥에 슬라브를 직접적으로 연결한 형태기 때문에 정밀한 설계와 시공이 필요하다. 삼풍백화점 등에 무량판 공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과 관계전문가 정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GS건설은 시공 단계에 앞선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설계 단계에서 철근의 배근량이 적었거나, 하중 계산에서 미비점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은 발주처에서 넘어선 설계 도서를 기본으로 진행된다면서 현재 구조계산서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시공 쪽에서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