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중재자 역할 기대에도…"의대 증원 철회 없이 사태해결 없다"며 사직서 제출 강행

2024. 3. 26. 06:22건강 [복지]

한동훈, 중재자 역할 기대에도"의대 증원 철회 없이 사태해결 없다"며 사직서 제출 강행

 

 

정부가 내민 손 뿌리친 의사들 교수들 떠난다 / 고대의대 선발대로 전국 확산 / 중재자 역할 기대에도 의협과 동일 방침 / 전제 조건인 '전공의 복귀' 사실상 불투명 / 대통령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변함 없다 / 교수들 사직 적절하지 않아"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미 400명 넘은 교수들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도 있으며, 일부 의대는 총회를 열고 '일괄 사직'에 가까운 형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의대 교수들은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간담회 결과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고 공허하다"고 일축하며 정부가 '2천명 증원'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보호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결정해 정부가 '처분 중단'으로 가닥을 잡으며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공염불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의대증원 파기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중재의 빌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어서 더 큰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자들은 당장 자신을 진료할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까 봐 불안과 걱정에 떨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체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25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원은 이미 정해져서 배정이 된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윤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며 의료계와 대화체 구성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25일에도 한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의료개혁과 관련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이 정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전공의들이 지금이라도 현장에 복귀할 경우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행정 처분을 최대한 감경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철회 없이는 사태 해결 못해" 사직서 제출 강행 의대 교수 집단사직 현실화 전국 대부분 의대 동참 울산의대 교수 433명 사직서 제출 19개 의대 "오늘 사직서 제출" 다른 의대도 조만간 제출하기로 '52시간 근무' 진료 축소도 / 윤 대통령 '유연 처리' 주문하며 "의료계와 긴밀 소통" 지시정부는 2천명 증원 확고, "흥정할 문제 아냐" "정원은 이미 정해져서 배정 몇 명 뽑는지 협상하는 것 아냐" 전공의 복귀 시 행정처분 감경 검토 "법과 원칙 내에서 논의" 한총리, 내일 서울대병원서 의료계 만나 협의 의료현장 아직은 더 큰 혼란 없어 환자들 "수술 적기 놓치나" 발 동동 환자단체 "갈등에 희생되도 좋을 하찮은 목숨 아냐" 비판

 

 

다만, 대통령실은 전공의들이 지금이라도 현장에 복귀할 경우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행정 처분을 최대한 감경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달 초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가장 먼저 받은 전공의들의 의견 제출 기한은 25일까지다. 이날까지 의견을 안 내면 정부는 26일부터 바로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 문제를)유연하게 접근하라 하셨고, 법률적인 범위와 원칙의 범위 내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시점을 28일로 유예할 방침'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특정 날짜를 정한 건 없다"고 부인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 정원 증원 및 배정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낸 것에 대해선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과 의료개혁에 대해 논의한다.

 

국무총리실은 이같은 의료계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다고 25일 밝혔다. 한 총리는 의료계 관계자들과 만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건의를 수용해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에 대해 '유연한 처리'를 한 총리 등 내각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한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정부는 당초 26일로 예고했던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시행을 잠정 보류한 채 의료계와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의대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학정원의 증원은 의대교육의 파탄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면서 "현재 인원 보다 4배까지 증가한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 증원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이미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애초에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전공의 처분 중단' 등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계속 강조했던 사안이다. 결국 교수들도 의협과 동일한 입장을 냈다는 것은 의료대란 봉합의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부터 선발대인 고대의대부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되면서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이날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다른 대부분 의대 교수들도 조만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할 예정이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교수들의 뜻을 모은 상태이다.

 

전의교협은 사직서 제출에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수 767명 중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이 병원에서 근무 중인 순천향대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이 이미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낸 상태로 전해졌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병원 인사팀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사직서 제출 숫자는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은 이날 아침 안암병원 메디힐홀·구로병원 새롬교육관·안산병원 로제타홀에서 각각 모여 온라인 총회를 연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회에는 다수의 고대 의대 학생들도 참관했으며, 이들은 정부를 향한 요구사항을 함께 제창하기도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6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 규모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서도 교수 정원이 10명인 필수의료과목에서 8명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

 

가톨릭대의대 교수들은 26일 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일정 등을 논의하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저녁에 총회를 열어 사직서 제출 등에 관한 상황을 논의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는 4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총회 후 "이날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앞서 1400명 교수 가운데 900여명이 답변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은 의료 현장의 엄청난 혼란을 만들었다""국민과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지금의 의대 증원 정책을 즉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총회에서 방 위원장 등 일부 교수들은 최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40대 안과 의사가 돌연 사망한 데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 양복을 입고 등장했다. 비대위는 이 의사가 최근 과로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 "'2천명 백지화'가 대화 조건" vs 정부 "의대증원 기반으로 의료개혁 완수"

정부가 전날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 것은 '2천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의교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동훈 위원장과의 만남과 상관 없이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시간 축소를 이날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금일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천명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거두고 명예를 회복할 것 정부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함께 협의체를 마련할 것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할 것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원광대병원의 한 교수는 "어제 한동훈 위원장과의 만남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처럼 보도됐지만, 교수들의 분위기는 다르다""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가 빠져 알맹이가 없고 공허한 이야기만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예정대로 사직서를 강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2천명 증원' 철회를 촉구하며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2천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대학별 정원 배정이 다 끝났는데 지금 다시 인원을 조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면서 "시장에서 물건값 깎듯이 흥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의대 증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에도 '5' 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더 큰 혼란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오늘부터 외래진료를 축소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다. 수술은 50%가량 연기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교수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려면 주 중반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아직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없다""외래진료도 전공의 사태로 기존 대비 20% 줄어든 상황 그대로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도 외래진료 축소는 없다. 이에 당장 의료현장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다.

 

대구의 한 2차 병원에서 이달 출산하는 A(39) 씨는 "출산 병원에서 의뢰서를 써주면서 신생아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데, 전공의가 없어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수술 적기를 놓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당 병원은 오늘자로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다는 보도가 나와서 경북대병원으로 가려고 한다""정말 수술실에 들어갈 확률은 낮다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서 그저 마음이 힘들다"고 불안해했다.

 

간질성 방광염의 정보를 교환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전공의가 없어 병원 예약을 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남원에 산다는 이 환자는 "방광염을 앓은 지 3년 정도 됐는데, 미세 혈뇨가 계속 보인다고 종합병원에 가라고 했다""가까운 전남대 병원에 전화했더니 비뇨기과 의사가 없어서 '예약 불가'라고 하고, 전북대병원에 전화했더니 '무기한 대기'하라고 한다. (갈 병원이 없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정모 씨는 "아기의 귀에 염증이 생겨 대학병원에 문의했지만 현재 의사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고 했는데, 교수까지 사직서를 쓴다고 하니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의료계와 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서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텼지만, 이제 교수들마저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 측을 주축으로 한 26일 자리를 시작으로 의료계와 대화에 더욱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2천명 증원 숫자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숫자 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의정 대화가 본격화하더라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