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윤 대통령, 'UAE·스위스 순방' 마치고 귀국길…김 여사 외교 무대 전면서 맹활약

2023. 1. 20. 13:59정상 [회담]

포커스 윤 대통령, 'UAE·스위스 순방' 마치고 귀국길김 여사 외교 무대 전면서 맹활약

 

 

대통령실, 이란측 'UAE의 적' 尹발언 항의에 "오해 있었던 듯" / "한국-이란 관계와 무관" 입장 재확인 / 동결자금·인권문제 현안 尹대통령 발언 나오자 긴장 / 이란, 'NPT 위반'까지 거론하며 무리한 반응 / 이란 정부 “尹 발언, 우호적 관계 방해하고 중동 평화·안정 해치는 것” / 한국 대사 불러 항의 / 각계서 “빠른 수습” 우려 목소리 / '적' 발언 빌미 삼아 선 넘은 이란 / 정부, 주한이란대사 초치

 

가뜩이나 악재가 누적됐던 한국과 이란 관계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공개적 외교 갈등으로 더 꼬이는 양상이다.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지난 18(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초치'란 외교사절을 주재국 정부가 불러들여 입장을 전달하는 외교적 행위를 말한다. 우방국들 사이에도 이뤄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외교사절을 초치하고 이를 대외에 알린다는 것은 통상 공개적 항의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 채널을 통한 물밑 협의를 넘어 서로 초치하는 모양새까지 취했다는 것은 사실상 문제 상황을 대외에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한 발언이 거센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는 외교 무대 전면에서 단독일정을 소화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에서 윤 대통령과 밀착 동행하며 해외 정·관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고, 문화·예술 행사에 참여하는 등 영부인 역할에 본격 나서고 있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4일부터 UAE 국빈 방문과 스위스 순방에서 단독 일정을 총 5차례 소화했다. 정상회담 등 공무상 외교를 제외하면 윤 대통령의 순방 동선 대부분에서 김 여사가 동행했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국빈 오찬에서 만수르 부총리 옆자리에 배석했다.

 

만수르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국 방문 때 들를 만한 좋은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김 여사는 "한국을 찾으면 관광지를 추천해주겠다"며 향후 별도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같은 날 UAE 수도 아부다비의 '바다궁'에서 모하메드 대통령의 어머니인 파티마 여사의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두 사람은 '엄마와 딸' 수준의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파티마 여사는 김 여사의 미모와 인문학적 소양에 큰 감명을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가 오갔다는 전언이다. 파티마 여사는 한국 방문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누라 알 카아비 UAE 문화청소년부 장관과 환담을 갖고 양국 문화 교류 활성화를 당부했다. 대통령궁인 '알 와탄 궁'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한국 책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콘텐츠가 책에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어 김 여사는 올해 6월 예정된 서울 국제도서전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는데, 알 카아비 장관은 "꼭 참석해보려 한다"고 화답했다.

 

17일에는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 공주와 환담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트페어, 북페어, 두바이 디자인주간 등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아직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두바이가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미래를 함께 열어가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8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 총회에서 영상작가 이미 흄즈, 싱어송라이터 아키노암 니니(노아), 기타리스트 길 도르, 사진작가 안토니우 플라톤, 미술가 맥스 프리더 등 세계 각 분야 예술가들을 만나 "여러분들과 같은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악재 쌓인 한·이란관계 'UAE 발언'에 출렁 '대사 맞초치'까지‘UAE 적은 이란발언 논란에 김 여사 외교 무대 전면서 단독 일정 소화하며 맹활약


이런 가운데 김 여사의 이같은 행보와는 달리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발언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UAE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각계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빠른 수습을 촉구했다.

 

반관영 ISNA 통신은 현지시간 18일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윤강현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정부에 입장 정정을 요구했다고 외무부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나자피 차관은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자피 차관은 또 이란 자금 동결 등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를 언급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은 윤 대통령의 발언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이나 양국의 기존 현안인 원화 동결자금 문제 등까지 거론하고 나선 가운데 나자피 차관은 윤강현 대사 초치 당시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윤 대통령의 지난 13일 국방부 업무보고 발언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외교부는 이란 측 주장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는데, 조 차관이 이란 대사를 초치한 데는 이란이 이번 사안과 무관한 NPT 문제까지 무리하게 거론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NPT 의무 이행 문제, UAE 관련 발언 등에 대해 이란 대사를 초치해 명확히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대국'인 이란은 한때 한국의 중동 내 주요 교역상대국이자 1962년 수교 이래 오랫동안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양국관계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70억 달러 상당으로 알려진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 때문이다.

 

이란은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한 원화 계좌로 한국에 대한 석유 판매 대금을 받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의 일환으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동결됐다.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미국의 제재로 묶인 자금이지만 이란은 한국에도 거센 압박을 가하며 동결자금 반환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했다 풀어준 것도 동결자금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교역, 이란의 밀린 유엔 분담금 대납 등 우회로로 이란이 동결자금을 사용하게 하는 한편 이란과 P5+1(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JCPOA 복원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도록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JCPOA 복원 협상 타결이 임박하면서 초기단계 이행 조치 중 하나로 한국 내 동결자금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협상 동력이 다시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란의 '히잡 시위' 탄압이 국제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인권 문제도 양국의 갈등 요인이 됐다.

 

'가치외교'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는 "강경한 시위 진압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난달 이란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내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자 이란은 "비우호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란은 이태원 참사로 자국민 5명이 숨지자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했어야 했다"며 내정간섭으로 보일 수 있는 발언까지 했다. 이란이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동결자금을 비롯한 기존 갈등 사안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저녁 취리히 현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아랍에미리트(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앞서 이란 측은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자국 주재 윤강현 한국대사를 불렀고, 이에 우리 외교부도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란이)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오해라는 게 증명됐기 때문에 우리 측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명확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오해를 증폭시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양측 모두 없을 것으로 저희들은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란에 특사를 보낸다거나 다른 고위급 대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오버를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양자과학 석학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공식 순방일정을 20'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2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에는 설연휴 첫날인 21일 오전 도착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4~17UAE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무함마드 대통령이 300억 달러 한국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수출 1'인 바라카 원전을 둘러보고,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도 격려 방문했다.

 

이어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로 이동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오찬, '한국의 밤' 행사,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 북한과 함께 불량 국가(rogue state)로 찍혔던 데다 NPT 탈퇴까지 위협하던 이란이 한국을 향해 NPT 기준을 내미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로 유엔·미국 등 제재를 받고 있으며 북한과도 오랜 우방국으로 미사일 기술을 공유해왔다. 최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란의 핵 개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발언 이튿날인 16일 외무부 대변인이 나서서 "오지랖(meddlesome)이자 주변국 관계를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한 뒤, 18일에는 주한이란대사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며 한국의 설명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날인 17"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에 한국 입장을 설명했고 이란도 이해했다"는 외교부의 설명을 부정한 셈이었다.

 

이어 같은 날 주이란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의 북핵 대응 기조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동결 자금 문제까지 재차 꺼내 들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이란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현 국면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국 시중 은행에 묶여버린 동결 자금 문제와 2020년 청해부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한국에 그간 '쌓인 감정'이 있다.

 

또 이란은 지난해 9월 시작한 '히잡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난해 12월 미국 주도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이란을 내쫓는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이란으로선 불편한 대목일 수 있다.

 

이란이 윤 대통령 발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는 것도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와 외교·경제적 측면의 국제적 고립을 의식한 행보란 지적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이란을 적대시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닌데 이란이 며칠째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한국 내에서도 '이란이 한국을 자유 진영의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그간 쌓인 감정을 풀고 있다'는 반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11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해 95일간 억류했을 때도 이란 정부가 유사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을 오염시켜 붙잡았다"면서도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거나 "한국이 미국의 명령을 받고 이란이 음식과 약을 살 돈을 빼앗았다"고 주장하는 식이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윤 대통령 발언이)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건 아쉽지만, 이란의 강경한 태도에 발목 붙잡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UAE의 양자 관계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한 발언이 곡해가 됐고 이란을 자극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차분하고 일관되게 우리 입장을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외교적 소통을 통해 이번 갈등을 원만히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다는 점에서도 이란과의 안정적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관계가) 선박 피랍 이후와 비교해봐도 관리가 되는 상황"이라며 "관계 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는 변함없다"고 거듭 강조했다.